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 세계적 건축가와 작은 시골 빵집주인이 나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건축 이야기 더숲 건축 시리즈
나카무라 요시후미.진 도모노리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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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손편지를 마지막으로 써본 적이 언제던가.

  얼마 전, 방에 있는 몇몇 가구들을 바꾸면서 정리를 하다가 모아온 편지들을 발견했다. 그 편지들은 전부 손편지였다. 어릴 적 의남매 동생과의 추억부터 시작해서 친구들과의 추억, 군대 간 남자친구와의 추억, 펜팔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과의 추억들이 가득했다. - 심지어 중학교 때까지 크리스마스의 산타 할아버지를 믿었던 나는 산타 할아버지 (실제론 아버지셨지만)의 편지까지 갖고 있었다! -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순간부턴가 손편지를 쓰지 않았다. 가장 마지막으로 쓴 건 예전 남자친구에게 준 편지일 것이라고 기억한다. 어느 순간부턴가 어버이날에도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으니까.

 

 

  2009년 3월 7일 처음 뵙겠습니다. 훗카이도 맛카리무라에 사는 진 도모노리라고 합니다.

  2009년 3월 12일 작은 빵집의 설계를 기꺼이 맡겠습니다.

  건축가는 빵집주인으로부터 손편지를 받는다. 이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고, 이들의 편지내용들로 이야기는 엮어가게 된다.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쓴 의뢰 편지를 받아서 그런지 가슴속에 등불이 켜진 듯이 따뜻한 기분을 느끼면서 여러 번 되풀이해 읽어보았습니다. 편지를 읽다보니 15~20년쯤 전까지만 해도 설계 의뢰는 대부분 손으로 쓴 편지였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어느새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서 편지를 쓰게 되었고, 요즘에는 아예 이메일로 문의나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이런 변화에 저 자신도 익숙해져서 그다지 어색한 느낌도 없이 지나왔는데, 진 도모노리 씨가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큰 변화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느낌이 다른지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건축가의 편지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같은 마음이었다. 이메일에서는 손편지만큼 사람의 정성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부족하고 넘치는 이런 차이가 아닌, 말 그대로 느낌의 차이다. 빵집 주인은 설계 의뢰하는 편지를 보냈고, 건축가는 빵집의 설계를 맡겠다고 답장을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나는 이 책을 마치 러브레터 읽듯이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서로 주고 받은 편지 속에 그들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는 부러울 정도였다.

  

 

  훈훈한 마음

  '설계 비용의 절반을 빵으로 받고 싶습니다.' 기본 설계가 끝났을 때 건축가는 빵집 주인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빵집 주인은 그에 이렇게 답했다.  '선생님의 사무실이 없어질 때까지 빵을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나는 여기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떠올렸다. 물론 다른 맥락에 있긴 하지만, 이렇게 약속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인간이기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비용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섣불리 저 말을 내뱉는 입장도, 받아들이는 입장도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든 생각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참, 삭막해졌구나.'라고. 점점 마음이 쓸쓸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설계자

  물론 빵집 주인은 자신의 빵집을 위해 설계자에게 제시를 하고 같이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들은 공동설계자였다. 같이 고민했고, 같이 참여했다. 나는 여기서 닌자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트리하우스와 신성한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가마방이 인상깊었다. 참고로 설계는 7안까지 나온다. - 건축쪽에서 일하고 있으나, 일반 건물의 건축 쪽에 있지 않기 때문에 대개 몇 안까지가 보편적으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 책에서 1안부터 7안까지 전부 보여주고, 상량식을 포함한 공사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보여주기 때문에 함께 집을 짓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몰입한 나머지 편지에서 눈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마치 지금이 가을이 아닌 겨울인 것처럼 느껴졌다! 편지는 현재 진행형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마 더 빠져들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다.

 

 

 

  사람답다.

  출근 전날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자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나는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것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 극심한 불면증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누워도 두세 시간은 누워있어야 잠들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눕지 않으면 매우 초조해 한다. 잠을 조금 자면 다음 날 출근과 업무를 보는 데 있어 지장이 생길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 참, 사람다운 이야기를 훈훈하게 들려준 책이다. 책 구성에 대해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중간중간 사진들로 인해 나는 흐름을 깨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표지 디자인부터 너무 예쁜 책이다. 자신이 건축가든, 의뢰인이든, 다 상관없다. 눈의 즐거움과 사람다운 훈훈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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