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아빌루] 서평을 올려주세요
-
-
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제목만 보아서는 전혀 책의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고대의 마법 주문처럼 들리는 제목 <발라아빌루>는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주인공 청년의 이름이라고 한다.
나망으로부터 제목의 느낌처럼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정겹고 잔잔하다.
그것은 나망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나망과 아이들이 함께 있는 바다의 모습 때문이다. 지평선이 끝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모래사장에서 천천히 타오르다 스러져가는 모닥불과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는 일몰이 시간의 흐름을 여유롭게 펼쳐 놓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서두르거나 과장하지 않고 여유 있고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엎어 놓은 배의 틈에 송진을 바르는 나망의 모습이 한없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왠지 모를 아련한 슬픔이 밀려온다.
나망의 이야기 속 청년은 자신의 희생으로 공주 렐라를 구하지만 내리는 빗속에서도 공주의 창문 앞에 있는 나뭇가지 위에 날아와 앉아 노래만 부를 뿐이다. 공주가 죽은 후에 새로 변해 발라아빌루와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지만 그리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현실의 모습에서도 꺼져가는 모닥불에서 피어오는 가느다란 연기와 하나하나 자리를 떠나는 아이들, 나망과 혼자 남은 랄라의 모습, 그리고 이번에는 나망 역시 막대기 붓과 송진 냄비를 챙겨 들고 바닷가를 떠난다. 랄라 곁엔 꺼져가는 모닥불만이 함께 있다가 이마져도 완전히 꺼지고 만다. 랄라는 이제야 어두워진 바닷가에서 자리를 떠난다.
차분한 그림의 색채 때문일까? 바닷가를 떠나는 랄라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