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리베카 솔닛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목차>

1,2부로 나누어져 여성들이 침묵을 깨트리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에 대한 이유와 의견을 제시한다.

 

[읽기 전]
여자들이 꾸준히 받게 되는 질문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결혼, 육아, 시댁 등에 관한 것들이 많겠지.. 라는 가벼운 생각과 함께
일단 이 책을 읽기 전 내용이 어떻든 간에 중요시 해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작가 리베카 솔닛의 용기이다.

이 복잡하고 어지럽고 또 어려운 사회속에서 살아나가며, 우리는 집에서도 혹은 회사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기 쉽지않다.
일반적인 노선에서 벗어난 사고 등을 노출할 수 있는 발언은 우리를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요지경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표해서 이러한 책을 써낸 것은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는 여성들의 찬사가 있다면 그에 반하는 상당한 비판과 안티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은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나의 생활에 당당함을 가지고 있던 나는 페미니스트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기분이 불쾌했다. 나를 너무 센 사람으로 본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나는 여자이고 그 이전에 나도 하나의 인격체로 충분히 나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고 또 나를 사랑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로 나를 낮추고 목소리를 작게 낼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 누구보다 잘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읽고 난 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 육아 등을 경험하는 여성들과 같은 경로의 인생을 살고있지 않다고 하여 이탈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하며 엄마, 아내로서 사랑을 베푸는 것 말고도 세상에는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솔닛은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엄마, 아내가 아닌 다른 객체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행복의 프리 사이즈 공식을 제공하지만, 그런 공식은 자주 그리고 철저히 실패한다. 그래도 세상은 우리에게 다시 그것을 떠안긴다. 그러고도 다시, 또다시. 그런 공식은 감옥이자 처벌이다. 그 상상력의 감옥은 세상이 제공한 처방을 정확하게 따랐는데도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 처지에 많은 사람을 잡아 가둔다.(p20)

최근에 일기를 썼었다. 회사에서 조용히 지내자고.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미지만 상하고, 불만만 많은 사람으로 볼 것이다.
그래서 침묵하자는 내용의 그런 일기를 썼다. 
하지만, 침묵에 대해 솔닛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고 생각했다. 
침묵은 깨어지는 게 맞구나. 침묵하고 있으면 우리는 계속 침묵된 상태로 인생을 살아나가야 한다. 인간다움을 상실하지말고 찾아나가자.

침묵은 사람들이 의지가지없이 괴로워하도록 만들고, 위선과 거짓이 자라고 번성하도록 허락하고, 범죄가 처벌되지 않도록 돕는다. 인간다움에서 목소리가 중요한 특징이라면, 목소리 없는 자가 되는 것은 인간다움을 상실하거나 자신의 인간다움으로부터 차단되는 것이다. 침묵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문제다.(p35)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없는 것은 살아 있는 죽음이나 다름없고, 가끔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죽음이다., 이야기는 삶을 구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곧 삶이다. 우리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감옥이 될 수도 있고, 그 감옥 문을 어그러뜨려 여는 쇠지레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한다.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설 자리가 주어지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다.(p37, 38)

강간, 폭행 등 사건을 연계시키며 페미니즘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강간 사건에 대한 노골적이고 서슴없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사실 읽기가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동시에 이러한 문제들을 숨기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타인과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이게 맞는 건가.. 라는 의문에 대해 '너는 너만의 인생을 잘 살고 있어'라는 답과 동시에 위안을 건네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내 삶을 더 사랑하고 내 자신을 돌보며 나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지금의 나로 남아있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