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서 길에게 길을 묻다 - CBS FM 저녁스케치 939 배미향의 쉼표가 있는 이야기
배미향 엮음, 박상훈 사진 / 나무생각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눈으로 보는 라디오.’

   책을 읽는 동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라디오를 옆에 두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DJ가 각기 저마다의 인생길을 걸어가며 작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착각…….

   사진 속의 깊은 공간과 많은 여백을 품은 지면이 마음 가볍게 다가온다.

   

   쫓기는 듯한 생활 속에서 한 숨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제공한 책이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보면 알알이 알차지 않은 구절이 없지만은 굳이 욕심내어 마음속에 가두기보다는 지나가는 한 줄기 따듯한 바람처럼 맞았다가 여운을 남겨둔 채 흘려보냈다.


   모든 일이 제 속도로

   -카르비


   마음아, 내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서두르지 말자.

   모든 일이 제 속도로

   이루어진다.

   정원사가 물을

   백 바가지씩

   날마다 줘도

   열매는 제때가 되어야

   비로소 맺히는 법.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이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바쁘게 살아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재촉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열매가 맺기도 전에 실망하며 키우기를 포기한 일들은 없었는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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