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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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잊지 못할 미안한 혹은 불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그 불편함을 떨치기 위한 노력을 하고(해본 적이) 있는가? 공양미 삼백석과 자신의 목숨을 바꾼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해 한 본인의 행동이 결국은 불효인 것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아닌데도 다른 봉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걸 보면 심청이의 마음도 오죽 불편했으랴.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에서 소설쓰기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려는 형도 결국은 그 불편함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어린시절에 돌려주지 못한 돈을 나중에라도 갚은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되는 미담 역시 당사자가 평생 시달렸을 불편함을 떨쳐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앤서니 역시 이런 불편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약혼녀가 건네준 소중한 물건을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을 타인의 분실물들을 수집하면서 떨쳐내고자 한다. 본인이 습득한 분실물 역시 어쩌면 타인이 애타게 찾는 물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러한 앤서니의 노력은 조용히 은밀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자신의 행동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으로. 그러나 죽음을 예감한 앤서니는 이 일을 이어받을 적절한 후임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의 집에서 수년간 일을 해온 로라가 적임자라는 생각으로 앤서니는 이 업무를 수행할 조건을 달아 본인의 전재산을 로라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 책소개만으로도 알 수 있는 대강의 내용이다.  

  로라는 과연 앤서니의 과업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인 듯 하다. 이야기가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 교차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읽다보면 이야기의 결론을 예상해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대반전을 기대하며 읽는다면 아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소소한 반전들이 있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바머, 선샤인의 정체를 알고 꽤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재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던 부분으로 책을 다시 펴보지 않았다면 깊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군데군데 숨겨져 있는 작가의 싸인을 찾아가며 작가와 소통하며 읽는 재미가 유독 컸던 책이었다. 그 재미를 느껴보길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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