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다음편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었는데 벌써 나왔단다. 시간의 흐름에 새삼 놀랐다. 1부인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고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단숨에 읽었는데 4부작 중 1부만 나왔다는 이후에 알고는
무척 화가 났었다. 4부까지 다 나오고 난 뒤에 읽을 걸! 뒷 이야기가 궁금한데 어떻게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나 이런 생각때문이었다.
읽으면서 나의 단짝과 나의 관계가 계속 오버랩되어 맞아 맞아!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었다. 어쩜 이리 여자들간의 미묘한 심리를 콕 찝어
표현하던지.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릴라같은 나의 단짝에게 선물로 보내줬었다.
1부도 결고 얇은 책은 아닌데 2부는 더 두꺼웠다. 무려 670 페이지다. 처음에는
책의 두께에 허걱하고 놀랐는데 읽다보면 670페이지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가 쉴새없이 펼쳐지고 흥미진진하다. 해외에서 페란테 열병을
앓는다는 말이 공감이 갈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표지는 일러스트이다. 처음에 표지를 봤을 땐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제목과 함께 연상된 게 하이틴 소설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봤을 땐 그냥 지나친 책이었다.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한 멤버가 이
책을 추천하고 읽게 되면서 내가 본 첫인상의 책과 전혀 다른 책임을 알고 얼마나 놀랐던 지. 이번에 나온 2부 표지도 처음엔 갸웃했었다. 가을에
맞춰 나오려다 늦어져 계절 배경을 놓친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책을 읽은 지금은 이 표지가 무엇을 얘기하는 지 이해가 가는데 처음 봤을
때 의아함을 느낀 나같은 독자들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1부는 레누가 릴라를 처음 만났을 때의 어린 시절(10대 초중반까지)에 대한
얘기라면 2부는 이들의 20대 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선 작은 한 동네에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졌다면
2부에선 배경이 확장되고, 레누와 릴라 역시 더 확대된 시야를 가진(가지게 되는) 모습이 펼쳐진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려움을 수반한
성장과 깨달음이 2부의 중점적인 감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큰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대 상황을 느낄 수 없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결핍을 가진 마을 사람들을 본게 전부인 이들에게 멋진 롤모델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이들이 이 마을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관심의 아이콘들이다. 사실 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삶을 개척해 나가야할 지 모른다. 다만, 그 때 그 때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씩 선택을 해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영향을 끼치며..
작은 시골 동네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었던 레누와 릴라의 삶은 점점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 수업까지 마치고 소설가로 데뷔한 레누와 이혼을 겪고 공장에서 일하는 릴라.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단짝이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설 마지막은 엘레나답게 다음편을 굉장히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을 소개하며 마치고 있다. (얘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이
정도로만) 이들은 이제 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며 깊어지게 될 지 궁금해진다.
어서 3편이 나오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