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이미 알고 있는 작가의 신간을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새로운 매력있는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의 저자인 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가 내겐 그랬다. 이 작가는 국내에도 이미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는데 나로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가였다. 이번에 발간된 단편집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를 비롯해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줄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등 많은 작품들이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제목에도 잘 반영되어 있는 듯 하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단편소설집이다. 길지 않은 분량의 단편소설이 7편 수록되어 있다. 긴 수식어 없이 장면을 간략하게 전달하는 듯한 문체는 군더더기 없고 단순하다. 그러나 살아 있는 죽은 라파엘(대벌레의 죽음), 이틀간 아무도 되지 않을 예정인 필립(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멸종 위기에 처한 트리스탕(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 범죄자 면접을 보는 마르크(평생직장에 어울리는 후보), 내면으로 이사한 나(내 집 마련하기) 등 소설 내용은 당황을 넘어 황당하다. 쉬운 내용 전개와 호기심이 더해져 빨리 읽히는 이 소설은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으며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작가는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의 상식을 비틀어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음에 얼마나 깊이, 잘 대답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아차!'하며 잊고 있던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얻는 큰 수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