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약 삼개월 전, 작년 12월로 기억한다. 인천의 한 여자아이가 마트에서 계산도 하지 않은 과자를 먹다 가게 주인의 신고로 그 아이의 끔찍한 사연이 전국에 소개된 적이 있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에 온몸에 멍 자국이 난 11세 여자 아이는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 창문을 통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장기 미등교 학생이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미등교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부모나 가족에게 학대받다가 죽음까지 이른 아이들의 사연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의 연이은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정부를 향해 그들의 잔혹함과 무심함에 강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맞다. 그 아이들의 부모,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법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보도된, 죽음에 이른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어른으로서 연대 책임감을 좀더 느끼게 되었다. 그들의 힘듦을 미리 알아차려주지 못해 더욱 많이 미안해졌다.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에 나오는 어린 소녀인 그레이스 역시 소외된 아이로, 어른인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먼저 손 내밀어줘야 할 아이이기 때문이다.   


늘 집 앞 계단에 나와 혼자 수시간씩 혼자 앉아 있는 그레이스라는 어린 소녀. 그녀를 본 이웃들은 처음에는 다들 그녀를 그냥 지나치거나 보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들 각자의 아픔을 간직하며 자신을 꽁꽁 싸맨 채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이런 위험한 계속된 행동을 보다 못한 이웃들은 결국 그녀를 향해 묻기 시작한다. 왜 혼자 나와 앉아 있는지. 그레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집에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절 도와줄 리 없죠."


사랑하는 엄마와 살고 싶지만, 약에 빠져 잠만 자는 엄마로 인해 학교조차 다니기 힘든 그레이스. 이런 모녀를 떼어놓으려는 구실을 찾으려는 사회 복지사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고 주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 나선 그레이스, 이런 그레이스와 달리 어른이면서도 세상을 향해 손내밀고 타인과 타협할 줄 모르던 그녀의 이웃들. 우연한 기회에 그레이스를 돕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더불어가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따뜻한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반성과 깨달음을 주는, 따뜻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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