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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의 말대로 '눈 뜨고 코 떼일 세상'인데 둔하게 살자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요즘의 분위기를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방송가를 비롯해 출판계도 '힐링' 열풍이 분지 꽤 오래전부터다. 처음엔 대놓고 힐링~을 여기저기서 외치더니 이젠 힐링의 방법이 꽤 구체화되어 제시되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컬러링 북도 힐링 방법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다 보니 저자의 '둔하게 살자'는 외침도 그리 낯설지 않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맞아, 둔하게 살 필요가 있어.'라고 새삼 깨닫게 되는 문구다.
이 책은 파트가 세가지로 나뉘어 있다. Part1은 우리가 과민해진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저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과민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민증후군'은 정신과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이 표현이 우리 한국 사회의 사회적 정신병리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국 사회는 산업사회로의 진입까지 불과 40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러한 급변하는 사회 이면에 무한, 과열 경쟁이라는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물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내적 성숙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과 삶의 불균형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과민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개인을 이해하면서도 결국 이런 증상을 보이는 건 개인의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 개인이 처한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를 하느냐의 문제이지 사회의 문제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Part2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특정한 환경 변화에 특히 민감한가 원인별 특성을 12가지로 분류 즉, 과민 증후군을 만드는 대표적인 시대상황을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누고 그런 시대상황에 특히 취약한 과민증후군의 증례 및 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끊임없는 무한경쟁(열등감, 경쟁 강박증, 자존심 과잉, 불신), 불확실의 시대(불안증, 건강염려증, 만성분노증후군), 과민한 집착, 재기불등(완벽주의, MUST병, 외형과민증), 넘치는 스트레스(스트레스, 조급증)] Part3에서는 과민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애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든지 작은 일에서 즐거움 찾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기, 감사하며 살기, 인생의 목적 생각하기 등이 그것들이다.
책에 다양한 증례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오히려 이와 비슷한 유형을 주변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민감을 넘어 과민한 상태에 있는 건 아닌지, 저자의 둔하게 살자는 외침이 더 크게 와닿는 순간이다. 결론은 둔하게 살자는 건 결국 긍정적이고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고 이는 개인 의지로 해결 가능하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 뻔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주고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