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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교토편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앞편은 카마쿠라 이전시기 그리고 뒤편은 카마쿠라 시기부터 에도시기까지의 교토의 역사와 유적지 그리고 문화에 대한 내용이었다.(참고로 가마쿠라 시기는 12세기 말로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에 해당한다.)
역사를 알아야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데 사실 우리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도 잘 모른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이 국내 답사기만큼 공감을 얻고 깊이 빠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읽기는 다 읽었지만 일본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고 그냥 맛만 보는데 만족했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나의 전공과 관련된 내용인 고려다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분청사기에 매료되었던 것은 당시 일본에서 유행한 문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다도는 일본문화, 일본정신, 일본미학의 핵심으로 다도를 이해하면 일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가마쿠라 말기만해도 고급 무사들이 다회를 개최하면서 호화로운 기물들로 자신의 세와 부를 과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풍조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킨 것이 무라타 주코라는 승려인데 그는 차의 본성인 "검박함과 냉랭함"을 음미해야 하며 차를 마시며 획득해야 하는 정신적 정서적 가치로 '(차가울) 冷, (얼) 凍, (마를) 枯, (고요할) 寂"을 주장했다. 이게 일본미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인 와비와 사비를 말하는데 와비는 한적함 또는 부족함이고 사비는 쓸쓸하면서 고담한 것을 말하는데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것은 결국 완벽한 것보다 어딘지 불완전한 듯한 데서 오히려 높은 완벽성을 쟁취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전의 다완의 취향도 변화가 생겨서 약간 모자란 듯하고 서민적인 느낌의 검박한 다완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뭉뚱그려 '분청사기' 라고 불리는 것도 일본에서는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처럼 일본은 남의 것을 가지고 와서 독자적인 문화로 변화·발전시키는 것을 잘한다고 하는데 이는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의 시니세문화이다.
일본은 전통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을 귀중하게 생각해서 몇 대에 걸쳐서 가업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그게 참 부럽다. 이 책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 때 일본 측 위원장이었던 오카노 슌이치로의 사무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사무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다이야키(우리나라의 붕어빵과 비슷한 도미빵)를 파는 가게 2층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가훈이 걸려있는데 그게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팥"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오직 한 가지만 잘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삶에 보람을 느끼며 사는 전통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즉, 한 가지 일에 충실하면서 살아가고 그런 장인정신을 높이 사줄 줄 아는 사회인데 이는 참 부러운 문화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바로는 요새 일본은 그런 문화가 소멸되어가고 있는 추세란다. 이에 비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이전에 비해 가업을 대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재일동포인 정조문이 설립한 고려미술관이 인상 깊었고 꼭 가보고 싶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자연과학이 추앙받는 시대이다. 자연과학이 신격화되어 마치 인문학은 고리타분하고 아무 쓸모도 없는 고물로 취급한다. 하지만 인문학은 한 시대의 격을 끌어올리는데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과학기술이 몸이라면 인문학은 정신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술 작품이 과학기술적인 것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그 작품에 철학이나 뜻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이 없다면 그 작품은 예술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예술도 인문학적인 정신이 바탕으로 깔릴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이다. 인문학적 정신이 결여된 사회의 삶은 편리할 수는 있어도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이처럼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기위해서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하고 그러한 감수성은 예술을 즐기는데만 필요한게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것은 이후에 "우리" 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라는 공통된 문화를 탄생시키는데 있어 근간이 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