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다 소중한 아버지의 선물 - 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인생전략
이영현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지인의 선물로 읽게 된 책이었다. 그 분은 “너 같은 학생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 하셨다. 보통 이런 부류의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책 제목이 “아버지의 선물”이라 약간 기대했다. 아버지처럼 나의 어려움을 감싸안아주고 토닥여주는 글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그런데 매우 실망했다. 심지어 중간에 읽기를 그만둘까도 몇 번이고 고민도 했다. 하지만 한번 들었던 책이고 혹시나 좋은 내용이 그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대충이나마 훑어보자는 생각으로 읽었다.

먼저 이 책이 독자(나)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내용이 너무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책은 독자층에 대한 진실 되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다. 그게 빠지면 얄팍한 계발서가 되어버리거나 가식적인 글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와 비슷한 책(책을 펴낸 의도자체가 비슷하지 않은 것 같다.)인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었고 매우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큰 감동을 받았던 김난도씨도 독자들과 완전한 소통을 이루지 못했고 그의 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꽤 있다.(심지어 학교 교수님도 그의 글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이러한 책은 웬만한 인물이 아니면 오히려 독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충고도 역시 거부감을 준 것은 어쩔 수 없다. 속 깊이 이해하는 토닥거림이라기보다 이해하는'척'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깊이감 없이 너무나 당연한 내용만 둘러서 얘기하는 바람에 더욱 가식적으로만 느껴졌다.

점점 글은 갈수록 내면적인 성공이 아닌 외면적인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이나 처세술로 이어졌다. 글쓴이가 그런 것을 의도한 것일까?  글쓴이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영마인드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글이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는 어릴 적 어머니께 선물을 사드렸던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해서 사드렸다는 아들의 ”마음“에 가치를 두기보다 약간은 생뚱맞게도 선물자체가 효율적인가의 ”물질적“ 가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글의 의도를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나 뭔가 예시가 별로 좋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이 책은 불안정한 위치의 젊은이들을 “토닥이며 위로”하는 책이 아니라 매우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어른이 불안정한 위치의 젊은이들을 “안타까워”하는 책이다. 제목처럼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인생 너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라”가 아니라 보통의 부모가 그렇듯 보기에 안타까워 “이땐 이렇게 하는 것이 너의 신상에 좋을 걸” 하는 식 말이다. 그래, 그러한 조언은 좋다. 하지만 가식적으로 느껴진 것은 그러한 글의 방향과 는 다르게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젊은이들의 인생은 그들 것이니 부모들은 간섭 말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행이 불일치한 것 같이 되어버렸다.

글쓴이는 소위 “정석”이다. 유복한 집안, 뛰어난 머리, 거기다가 성격까지 바르다. 우리사회 울타리 안에서 소위 “잘난” 사람이다. 그의 눈에 어쩌면 울타리 경계 밖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이 안타까워서 글을 썼을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해하려고 한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과연 그가 감히 자신의 그 “정석”인생만이 옳은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김두식씨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그 경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럴 용기가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경계 밖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가식적이지 않은 글이 좋았던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을 좀 까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참 와닿는 글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큰 세상을 다스리겠냐는 것인데 이 충고는 내 마음을 울렸다. 나대지 말고 너 자신부터 신중하게 들여다보라는 이 말은 패기 넘치고 흥분 잘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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