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시간이 없어 제대로 읽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대략 열흘만에 한권 다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운동할 때 틈틈히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들었다.

 

2권은 사랑의 테마다. 어떤 독자든 사랑이야기는 흥미진진할텐데 2권의 사랑의 테마는 달달한 사랑보다는 비극적이거나 끔찍하거나 엽기적인 사랑이 많았던 것 같다. 이 테마에서는 '사랑과 전쟁' 에 나올법한 불륜들과 눈살찌푸리게 만드는, 정말 엽기적인 패륜이야기 까지 아주 다양하다. 흔히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그나마 그러려니 했는데 테레우스 이야기는 정말 끔직했다. 그래도 워낙 그런 이야기들이 롤러코스터처럼 다이나믹하기 때문에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야기는 가슴을 설레게 하고 두근거리게 한다. 특히 1권에 실린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이야기는 순수하게 느껴져 읽는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신이지만 인간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 에로스는 프시케를 미워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프시케 걱정을 하는데 그 모습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사랑의 신 에로스와 영혼·마음을 뜻하는 프시케의 결합은 상징적이기도 하다! 이윤기 신화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의 신이지만 그 사랑은 육체적 사랑에 가깝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에로스는 마음을 뜻하는 프시케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육체적 사랑만을 추구하는 아프로디테를 넘어서 정신적 사랑(플라토닉 러브)까지 확대된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아프로디테도 노여움을 풀고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을 인정한다. 이것은 육체적 사랑도 정신적 사랑을 못 당해낸다는, 정신적 사랑이 육체적 사랑보다 상위에 있다는 의미 아닐까?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이 ‘기쁨’이라고 한다.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이상적 결과물이 기쁨이 아닐까?

 

이처럼 신들의 이야기 속에 어떤 상징을 집어넣어 우리들에게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신화는 매력적이다.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와 같은 아름다운, 해피엔딩 사랑이야기가 2권에 하나 정도 실려 있었더라면 한 템포 쉬어가듯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성애 나, 트렌스젠더 문제, 불륜, 심지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의 성폭행 그리고 피를 묻히는 복수까지 읽는 내내 불편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던건 사실이다.(동성애나 트렌스젠더 비하 아님) 하지만 이윤기선생님 말대로 그게 진실이다. 진실은 까놓고 나면 거부감이 들고 불편 하다. 너무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아마 직설적인 말보다 약간의 과장과 거짓을 보태더라도 듣기 좋게 하는 말이 우리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를 통한 간접적 경험은 ‘진실’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판단해 볼 여지를 준다. 독자가 신화를 읽고 무언가 얻는 것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로마신화가 굉장히 잘 쓰여진 책이라는걸 느낀다. 이제야 알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간의 노골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까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말이다.

 

3권은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줄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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