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노닐다 - 오주석의 독화수필
오주석 지음,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 엮음 / 솔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다 읽고난 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미술사학계에 큰 그릇이 될 분이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가버리신게 너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아..나도 이분 밑에서 수업 한번 들어보았으면 좋았을텐데..

전형필, 최순우, 오주석 모두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예술을 깊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요즘 같이 자기의 이득과 재물만 챙길줄 아는 시대에 너무나도 절실한 사람들이다. 비록 저분들이 미술사학자이기는 하지만 고고학과 학생으로서 아니, 그냥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 배울점이 많다.

 

'그림속에 노닐다'는 정식으로 한국미술에 대해 배우기 전 맛보기와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 옛 그림 감상에 들어가기 전, 그림과는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꼭 알아야할 배경지식들과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들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 속에 주옥같은 명언들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오주석 선생님은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 노력이 존경스러웠고 나에게 희망도 주었다. 나도 계속 노력하면 이 분 처럼 예술을 감상하는데 안목이 생기지 않을까.. 이 분은 하나의 예술품에 깃든 모든 요소들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 예술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인문학적 배경지식들을 섭렵한다.

 

또한 그는 말했다.

 

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있는 전체를 그대로 보라. 그러면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감상할 수 있다(물론, 미술사학자로서 부분부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볼 필요성도 있다!)

 

그리고 단 한점을 보더라도 마음에 와 닿는 작품과는 오래도록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라.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나도 한 작품을 지그시 오래도록 보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답사를 가면친구들은 저 멀리 가버리는데 나혼자 남아 감상했다.(한조는 매번 왜 혼자다니냐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항상 보챈다. 이런건 그냥 빨리보고 중요한것만 보는거라고. 중앙박물관 갔을때도 얼마나 슬펐던지..그래서 몇일이 걸리더라도 몇번이고 가서 제대로 보겠다고 다짐했었다.

 

오주석 선생님은 미술사학 연구방법론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 비단 미술사학만이 아니라 고고학에서도 적용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유물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고 유물과 이야기하는 방법.

 

그리고 너무나 인상 깊었던 역원근법. 예전에 박물관이었던가, 책이었던가.. 역원근법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이해가 되질 않던지..그런데 이제서야 이해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예술은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 뿐만아니라 문화까지도 담고있다. 자신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 그건 역원근법 속에서도 나타난다. 역원근법은 상대방의 시점이다. 원근법이 내가 보고있는 시점으로 그려진 것이라면 역원근법은 그려지는 대상이 보고 있는 시점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려지는 대상에게 가까운 것은 크게 뚜렷하게 그리고 그 대상에게서 떨어져 있는 것은 작고 흐릿하게 그리는 것이다. 이런 예술과 문화의 관계는 이전에 읽었던 '내이름은 빨강'에서도 알 수 있다. 종교와 삶이 하나인 이슬람국가의 전통그림은 신의 시점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서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즉,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래서 예술과 역사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었구나.

 

예술에도 국경이 있을까? 나는 훌륭한 그림 앞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주석씨는 나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물론 자신의 정서와 더 잘 맞고 익숙한 예술에 더 마음이 끌리겠지만.. 내 눈에는 김홍도의 <군선도>는 매우 중국적인 느낌이 들고 오히려 전기의 <귀거래도>가 더 한국인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어째서 그 반대라고 하는 것일까? 내가 동양미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