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연금술사들은 증류기의 재질을 연구하면서 납도 사용했다는데, 결과물이 뿌옇게 변해서 사용하지 않았고(박가분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입니다) 구리는 이런 현상이 없고 황 성분도 제거해서 사용하게 되었답니다(요즘도 단식 증류기(Pot still)는 구리를 쓰죠?).
단식 증류기의 발명 뒤에 또 증류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연속식 증류기(Column Still, 생긴 게 기둥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의 설명도 있습니다(아일랜드인과 스코틀랜드인이 발명했으나 위스키 업계에서는 아일랜드는 주로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고, 스코틀랜드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3. 증류주, 역사, 그리고 문화'에선 증류주는 초창기에 유럽에서 일종의 약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와인이나 맥주에 비해 수송이 쉬운 특성 때문에 빠르게 각 나라들의 주요 수출품목이 되었다네요. 잉여 곡물, 과일 저장용으로도 사용하고요.
증류주도 제국주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특히 삼각무역의 상징인 럼, 이 럼을 밀어낸 버번위스키(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개발)가 말이죠.
증류주는 미국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는데, 보존이 좋은 증류주의 특성상 신대륙에선 거의 화폐로 사용되었다네요. 또한 위스키 반란, 남북전쟁, 아메리카 원주민 탄압과 골드러시, 금주법과 문샤인 등 미국의 굵직굵직한 역사에는 항상 버번위스키가 있었습니다. 버번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의 설명이 흥미롭네요.
2부 '재료에서 효과까지-4. 재료'에선 본문을 펼치기에 앞서 우주에서 떠다니는 알코올로 저자는 과학적 농담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우주까지 가서 알코올을 모으지 않고도 효모를 이용해 당을 에탄올로 만드는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부에선 '4. 재료~5. 증류'까지 물리화학적으로 알코올과 증류를 설명하는데, 결국 증류는 전체적으로 맥주와 와인 같은 저도주를 고도수로 높이는 과정이라는 걸 저자는 말합니다. 과학 없이는 역시 증류에 대해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6. 숙성, 할까? 말까?'에선 숙성도 과학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증류주가 안겨주는 즐거운 면모 중 하나가 바로 오크의 마법으로 일어난 다양성의 확장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맘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