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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
오다 아키노부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식탁 위에 고기반찬이 없을 때면 엄마에게 풀밭이라고 말하며 시무룩해지곤 했다.
고기를 좋아하니 당연히 채식은 아직까지도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채식 관련 다큐를 보게 되면 우유를 잠깐 끊고 두유를 마시는 정도.
일본의 도쿄. 그중에서도 시부야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채식 식당이라니.
원래 일본은 초밥이나 진한 육수의 돈코츠라멘을 먹으러 가는 곳 아닌가?
아마도 유명하니깐 책까지 나왔겠지 싶어서 읽게 되었다. 식당에 관한 책은 먹는 이야기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얽혀서 읽었을 때 실망한 적이 없다.
처음 비건(완전 채식주의자,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다)을 만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비건인 <데임 다시>는 저자인 <오다>에게 "죽은 고기를 나에게 먹일 건가요?"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육류를 먹는 것도 먹지 않는 것도 본인의 선택인데 너무나 무례하다는 생각이다.
뭔가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을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걸로 생각하는 말투.
어쨌거나 오다는 이후에 많은 채식주의자를 만나며 식당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방이었으나 운영하던 할머니가 사라진 덕분에(?) 그곳의 집기까지 고스란히 활용하여 채식 식당을 열게 된다. 책의 1/3 정도는 음악과 밴드 이야기만 나와서 도대체 식당은 언제 차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 보면 가게를 계약 후 수리를 하고 메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담겨있다.
식당을 계약하고 수리하는 과정 주방에 몸을 맞추고 점점 다양한 요리가 나오면서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농을 고집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모든 채식주의자가 부자도 아니고 매일 먹는 식사라면 가격도 중요한데 천 엔가량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라면 굳이 비건이 아니어도 모두가 찾는 식당이 되지 않을까?
돈을 내면 식당의 점수를 높게 매겨주는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거랍시고 식당 손님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며 어디 가나 이런 사람은 있구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열심히 이뤄나가는 소상공인을 이용하는 인간들 말이다.
책을 다 읽고 시부야 나기 식당을 인터넷에 검색해서 보았다. 사진을 보면서 아. 여기가 그 원하는 데로 만들어지지 않은 무대구나 생각보다 작고 예쁜데?, 저렴하게 구하려고 힘들게 운송해 왔다는 쇼케이스가 이거구나 싶어서 반가웠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 시부야에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처음 알게 된 채식 식당인 <나기 식당>은 언제나 채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