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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누군가의 눈으로 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항상 궁금하다.
동네마다 도 특색이 있는데 하물며 나라가 다르다면 어떨까?
서울에 살고 있는 영국인 기자 겸 푸드 칼럼니스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그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몇 개 적어보자면
p.60-61
패션쇼하러 산에 가세요?
그들 대부분은 에베레스트 산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장비와 옷을 갖추고 있다. 아마 한국 등산객 대부분은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했던 에드먼드 힐러리 경(卿) 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
조기 축구회는 또 어떤가. 2년 전쯤 처음 조기 축구회에 가입했을 때 이름이 적힌 유니폼 상하의 도벌과 축구 전용 양말 세 켤레, 겨울철용 패딩 코트까지 지급받았다. 영국에서 조기 축구회를 할 땐 보통 이런 식이었다.
"내일 경기 있는데, 웬만하면 하얀색으로 입고 와"
영국에서 축구나 하이킹을 할 땐 ' 어디 자선단체에서 기부하고 남은 옷이나 장비 없나' 하고 찾아다닐 때가 많았다. 반대로 한국에서 축구나 등산을 하려면 반드시 지갑 사정부터 체크해야 한다.
정말 무언가 취미 생활을 하게 되면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서 뒤처져 보이지 않으려고 풀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등산이라 하면 그냥 바닥이 미끄럽지 않을 운동화 신고도 잘만 다녔는데 요즘은 등산화에 기능성 옷, 모자, 배낭, 하다못해 물통까지도 전용으로 구입을 한다.
그렇다고 매주 등산을 하느냐고? 글쎄... 그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이런 점은 영국처럼 가볍게 즐기는 것도 좋을듯하다.
p.84-85
한국 선거는 재미있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 방송이 외국에서도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그래프나 퍼센트만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후보들의 순위를 레이싱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미드 왕좌의 게임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링 안에서 싸우는 모습도 있다.
솔직히 투표 후 방송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는 지루했는데 요즘에는 그래픽이나 웅장한 사운드 등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틈 없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볼 수 있다.
일단 영국의 선거는 공휴일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출근을 하면서 투표하는 식이고 선거운동도 우리처럼 차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닌 연설을 하며, 유세 차량은 아예 없다고 한다.
사실 선거철마다 크게 틀어대는 음악 거리에서 하루 종일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시끄럽기도 하고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확실히 눈에 띄고 선거 자체에 관심이 가게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p.184-185
혼밥이 어때서?
노인들뿐 아니라 한국 사람 대다수가 혼자 밥 먹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한 번은 아주 예
쁜 여성이 혼자 뷔페에 와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가장 최근에 나와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은 식사 내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아주 능숙하게 바블 입으로 집어넣으면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좀비 외계인들을 소탕했다. 우린 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함께한 식사 자리였지만 마치 '혼밥'을 먹은 것 같았다.
마지막 줄 인상 적이었다. 함께 있지만 앞에 있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을 친구들과 있을 때도 종종 보게 되었는데 뭔가 씁쓸하다.
이외에도 작가가 보고 느낀 한국과 영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었는데, 나고 자랐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다른 사람에겐 낯설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