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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박민우 글.사진 / 플럼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인도 여행기를 언제 읽었더라... 아마도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가 마지막이지 싶었다.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며 역시 인도는 흥미롭지만 절대 가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막연한 무질서 속 기다림과 치대는 사람들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플럼북스 서평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이 되고,
그동안 인도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어차피 못 가는 곳 책으로라도 한번 더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
책 표지에 이병률(시인, 여행작가) 님의 추천사가 쓰여있다.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 가게 하는 힘은,
그의 타고난 유쾌함 사이에 숨겨진 뭉클함 들 덕분일 것이다.
타고난 유쾌함이라는 말 읽기 전에는 그냥 흘려 넘겼는데, 제대로다. 힘든데 유쾌하다!
「몸을 활짝 펼 수 있는 의자에서 숙면하면서 가세요!
담요, 기내식, 음료가 공짜, 수하물도 공짜. 이 모든 게 단돈 57달러」
라는 에어아시아의 낚시성? 메일을 받은 후 이 여행기는 시작된다.
알고 보니 당. 첨. 된 사람만 이렇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을 인천공항에서 티켓팅을 하면서 알게 된다.
뭔가 시작부터가 녹록지 않다.
인도에 도착해서는 예쁜 종지에 담긴 설탕인 줄 알고 듬뿍 펴 바른 게 소금이었고,
들어와서 짜이나 한잔하자던 조나단이 밥 먹으러 가는척하며 기저귀 같은 것을 차야 하는 아유르베다 마사지숍에 밀어 넣었으며,
팁까지 줘가며 쇼핑은 코스에서 빼달라고 했지만 결국 카펫 가게로 데려간 이름만 페라리 오토릭샤 청년.
다양한 에피소드 후에 이제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스무시간 넘게 사람과 짐을 가득 싣을 버스를 타고 벼랑을 달려 훈자로 간다.
훈자에서의 숙소는
'맛있는 음식과 정' 이라는 한글로 쓰인 푯말이 있는 『카리마바드 인』
사실 인도가 궁금했지 훈자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훈자 여행을 마친 날 , 작가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나는 카리마바드 인을 여행했다.」
나 또한 카리마바드인의 형제 후세인과 아슬람에게 반했다.
다음은 도착해서의 일화.
“도미토리 없어요?”
“2인실인데 도미토리 가격으로 쓰세요. 독방으로 쓰세요”
“그냥 도미토리 주세요”
“독방으로 쓰세요. 도미토리도 있는데, 거기도 손님이 있어요. 그 손님도 독방으로 쓰게 해주고 싶어요”
인도도 물론 좋은 곳이었지만 장사꾼들에 나조차 지칠 때쯤 이런 상냥한 배려쟁이라니...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지만 첫인상만으로도 이곳을 이미 사랑하게 된 것 같다.
해발 고도 2,400미터의 창문 밖이 다 그림이 되는 훈자.
지내면서 얼굴 붉히는 일도 있었지만 마지막 날 정성 들여 파스타와 커리를 해주고 조금이라도 적게 받으려고 자꾸만 계산을 틀리는 아슬람.
이런 사람들과 자연을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
잠깐만 차를 타도 멀미를 해대는 내가 그 수많은 시간을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훈자에 갈 수는 없겠지만
점점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보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걸 보니 나도 그동안 정이 들었었나 보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라는 책으로 유명한 작가분이라는데,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님을 한 분 더 알게 돼서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