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개에 적혀있는 지은이 소개를 읽고 소름 끼쳤던 적은 처음이었다.
<나의 살인자에게>라는 제목과 어린 동생을 목마 태운 오빠의 사진이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실화였다고 생각하니 사진 속 어린 소년의 눈빛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살인자의 가족 입장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불행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쩔쩔매는 어머니.
어머니가 아이들에 해줄 수 있는 건 아버지가 아이들을 때릴 때 몸으로 막아 대신 맞아주는 것뿐이었다.
아버지만 없었다면 그럭저럭 웃음도 나고 행복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사 남매 중 빔은 커가면서 점점 아버지를 닮아갔다.
가정폭력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던 오빠는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인한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렸다.
빔은 1983년 네덜란드의 유명한 맥주회사 하이네켄의 사장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하이네켄 사장이 납치되었던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미 <미스터 하이네켄>이라는 영화도 나와있었다.
몸값으로 600억을 요구하고 그 외에도 살인과 나쁜 짓을 일삼는다.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여동생 소냐의 남편도 죽이고 희생만 했던 어머니에게도 폭언을 퍼붓는다.
가족 중 공부를 잘했던 저자 아스트리드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호사가 아닌 증인으로 친 오빠를 법정에 세워 그동안 모아두었던 증거로 감옥에 보내고, 빔은 감옥 안에서 동생들 살해를 청부한다.
아무리 살인자라고 해도 가족은 가족. 위험하게 증거를 모아가면서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는 아스트리드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빔이 감옥에 들어갔어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라 아직도 숨어서 살아야 하는 살인자의 가족.
읽는 내내 숨이 막히고 영화보다 끔찍한 이 소설이 실화라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아스트리드와 그의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웃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