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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평점 :

대통령 리아민은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설가 박상호에게 자신의 전기를 의뢰한다.
전기를 쓰기 위해 리리궁 관저에서 처음 만날 날부터 리아민은 그동안 알려진 영웅담 같은 이야기들이 부풀려진 것이라며 유년시절의 이야기부터 담담히 풀어간다.
얼마 후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서 박성호는 정치부 기자 정율리를 만나게 된다. 회견장에서 나와 와인바에서 대화를 나누던 둘은 그녀의 아파트로 향한다. 대통령의 전기를 쓰는 작가에게 접근한 정율리의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였다. 작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엔 사람을 이용해서 특종을 잡으려는 염치없는 모습이 부담스러워서 정율리가 나올 때마다 부담스러웠다.
리아민과 자서전 때문에 만날 때마다 그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제목부터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 말고 또 다른 진실이 반전처럼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심과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 출신의 영부인 최세희의 이상한 태도도 무언가 다른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집필 진행 중에 정율리기자가 대통령이 소설가 박상호와 자서전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상의 없이 기사로 내버린 덕에 대통령 측과 박상호는 곤란해진다. 동료 작가들에게도 돈 때문에 명예를 버리냐며 질책을 받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글을 계속 써 내려간다.
완성된 글을 읽어본 리리궁에서는 글의 수정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작가 박성호.
결국은 박성호의 이름을 달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이 책으로 나오게 된다.
이슈가 될만한 책을 집필해서 다시 재기를 하려 하는 작가의 욕망과 독재자인 자신을 미화시키기 위해서 자서전을 만드는 대통령의 욕망,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 정율리의 욕망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P.65
"박 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P.120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진심에서 나온 말인지, 아니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대통령이 하는 말은 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