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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메종 드 리버>라는 그럴싸한 이름과는 달리 싸구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두 여성.
둘 다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나이 때문에 쉽지 않다. 내용은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유미코의 카레 냄새에 이끌려 식사 후 유미코와 카에데 둘은 친구가 되고, 유미코와 별거 중이다가 고향 섬으로 도망가 버린 히로키를 찾아 섬에 함께 가게 된다.
유미코의 전 남편인 히로키가 섬에 있다는 것은 히로키의 엄마 <미츠에> 씨가 알려주었다. 어머님이라고는 절대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부르라는 미츠에. 유미코와 미츠에는 같은 배우를 좋아하며 오히려 남편인 히로키보다 더욱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섬에 도착 후 미츠에씨가 소개해준 <시즈>씨 집에 짐을 풀고 둘은 술집으로 간다. 유미코를 먼저 집에 보내고 낯선 남자와 술을 진탕 마신 카에데는 지갑을 통째로 털린다.
섬에 지내는 내내 경계심을 보이며 못살게 굴었던 시즈는 히로키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시즈의 방해에도 유미코는 섬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모래사장을 걸으며 또 한 발을 내딛는다.
여러 명이 아니어도 내 맘을 알아주는 한 명의 친구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용기가 생기고 힘이 난다.
그 친구가 힘이 들 땐 내가 어깨를 빌려주기도 하고, 내가 힘이 들 땐 친구에게 기대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유미코와 카에데는 성격과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달라서 오히려 서로에게 길이 되어주며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오랜 친구가 생각나는 날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근래 읽은 책 중에 제본이 진짜! 마음에 들었다.
가끔 정말 안 펴져서 억지로 펼치다 보면 마감이 부실했는지 낱장으로 떨어지는 책을 만나면 속상했다.
이 책은 끝까지 쫙쫙 펴져셔 어떻게 이렇게 잘 펴질까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한 권을 18묶음 가량으로 나눈 후 다시 한 권으로 묶는 형식으로 제본이 되어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방식은 모르지만 읽는 사람을 위해 무척이나 공들여 만든 책임을 알 수 있었다.
p.63 <카에데>
마음이 멀어지는 중인 남자는 알기 쉽게도 다들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
게다가 냄새도 달라진다. 향수나 샴푸를 바꿨기 때문이 아니다.
체취 자체가 아주 조금 달라진다. 세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바뀐다던데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그의 세포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p.71 <유미코>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그래, 나는 아직 괜찮구나. 다행이다.'
하고 기뻐할 줄 알았어?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당신이 나를 감정해줄 필요 없어요.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내가 정하니까
p.242 <카에데>
나는 죽을 때까지 나일뿐이다.
장례식에서 고인은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