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낯선 타인 - 나를 알기 위해 부모 공부를 시작합니다
양미영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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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삼십 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다.

결혼 안 했고 직장도 그만두었고 최근에는 계속 공부만 했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본인의 삶을 돌아보고 나아가 부모의 삶까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저자는 부모님의 잦은 부부 싸움으로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

사이 나쁜 부모님을 둔 자녀들은 잘 알 것이다.

가정이 휴식처가 아니라 전쟁터가 될 수도 있음을.


어린 자녀는 아무것도 못 한다.

무기력한 자신을 마주하며 그저 싸움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도 부모 사이는 잘 바뀌지 않는다.

부모의 갈등은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끝나질 않고

이쯤 되면 자식들은 그냥 외면하는 선택을 한다.

자신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달랐다.

부모를 부모가 아니라 '낯선 타인'으로 들여다 보기로 한다.


열일곱에 서울에 올라와 스프링 기술을 배운 아버지,

식모, 여공을 전전하다가 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어머니의 삶은

한 개인을 뛰어넘은 사회의 산물이었다.


아버지의 자부심과 어머니의 서러움은

주체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강요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가 연상되었다.

작가 '아니 에르노'는 본인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마치 남일 보듯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진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도 본인과 부모의 과거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솔직하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렇게 잔잔하게 글로 풀어내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본인의 수치심을 낱낱이 까발리는 글을

책으로 출판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주저하고 고민했을까.


아픔을 외면하는 쉬운 길을 놔두고

고통을 직면하는 어려운 길을 택한

작가의 용기에 몹시 감동받았다.


책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큰 걸음을 내딛음은 물론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상 널리 알려진 감동 스토리에 꿈쩍 않는 로봇 감성의 소유자인데

<부모라는 낯선 타인>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울컥했다.


솔직함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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