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의 반대로 하는 골프
최혜영 지음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골프를 시작한지 몇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5편의 DVD나 비디오, 4개의 책을 통해서 이론적인 부분은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이 책은 그간의 제 '이론'이 얼마나 그릇된 이해를 바탕으로 되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인 국적 최초로 미국 LPGA class A teaching pro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최혜영 프로가 고심해서 썼다는 이 책은 왜 이런 동작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같은 초보자들의 고민에 대해서 정말 세심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왜 그립은 이렇게 잡아야 하는지에서부터 다른 교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오른발, 왼발의 벌림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까지 저자의 꼼꼼한 지적은 일일이 예를 들기 어려울 정돕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대전제는 '골프스윙은 체형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키가 크고 손발이 긴 서양인의 체형에 맞춰져있는 일반적인 골프 스윙이론을 상대적으로 팔다리도 짧고 키도 작은 한국인이 그대로 따라하다간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실제로 가슴이 넓고 딴딴한 체형을 가진 사람, 보통체형의 사람, 그리고 팔다리가 긴 사람의 세가지 유형별로 그립, 포지션, 백스윙의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서 왜 그래야 하는지를 곁들여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집니다. DVD가 같이 제공이 되는 점도 플러스 요소입니다. 아무래도 시청각 자료를 통해서 보게되면 수십 페이지를 열심히 읽는 것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거든요.

책의 구성은 다소 특이합니다. 가장 첫번째 장이 '골프를 반대로 하고 있다' 즉 잘못 알려진 골프 상식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하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다음부터는 체형별 스윙, 거리 내는법, 문제 샷을 치유하는 법등 어찌 보면 one-point 레슨에 담겨질만한 내용들이 전반부에 담겨있습니다. 5장부터 시작하는 골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골프스윙 준비과정, 스윙 과정등 일반적인 step-by-step 교습 내용이 중반부터 시작한다는게 다소 '생뚱'맞게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잘못 알려진 이론과 평소 교습을 하면서 너무도 자주 들어왔던 핵심 질문들에 대해서 먼저 시작함으로써 이론적인 교습에 허덕이다가 정작 필요한 내용은 놓치고 마는 예의 다른 교습서들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부분만 제대로 읽어도 책값은 하게 만드는 배려(?)라고나 할까요.

정말 꼼꼼한 설명과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겨있는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매 장마다 핵심을 찌르는 제목들이 있고 - 예컨대 단지 '백스윙' 이란 제목이 아니라 '백스윙때 손목의 코킹이 파워의 근원'이다.. '백스윙때 3/4위치가 중요하다' 등등 하고싶은 요지를 한마디로 요약한 제목들이 붙어있다는 것이죠. -  그림이나 사진 하나하나가 그 장에서의 핵심 내용들을 최대한 담고 있어서 급할 때는 제목과 사진/그림 위주로 봐도 내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주요한 text는 색깔을 다르게 써서 독자들에게 주목할 부분을 눈에 띄게 하는 배려도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기존에 저자가 각종 언론에 기고한 여러가지 원고들을 아무래도 '총집적'시키는 과정을 가정해본다면 같은 내용이 여기저기 중복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는것도 같습니다. 특히 체형별로 스윙을 달리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지금처럼 각 단계별로 체형별 설명을 하는 방식보다는 체형별로 그립에서 피니쉬까지 총체적으로 묶어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독자들에게는 좀 더 편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보통체형을 가지고 있는 골퍼가 '보통체형 스윙의 A부터 Z까지'라는 식의 20장짜리 챕터를 보는 것과 60장짜리 스윙의 A부터 Z라는 챕터에서 자기에게 해당하는 내용을 찾아서 보는 것을 비교해보면 제 생각엔 전자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독자들이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DVD도 마찬가지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초보자 분께서 이 책을 보시려면 100분짜리 DVD를 보는 것으로 앞의 세가지 챕터를 대신하고 5,6,7장을 중점적으로 읽어서 골프 스윙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갖춘 후에 다른 챕터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읽는 방법이 좋은 것 같습니다. 퍼팅, 피칭, 치핑에 대한 부분이나 Trouble shot, Q&A 등의 다른 내용들도 좋은 부분이 많지만 저같은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우선 제대로 된 '스윙'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3만 5천원이라는 책값이 아깝지 않을만한 책입니다.. 개정판에서는 좀 더 읽기 쉬운 형태로, 중복되는 설명이 빠지고 좀 더 간결하고 독자의 입장을 배려한 구성으로 바뀐다면 수없이 난무하고 있는 골프 이론서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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