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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살아있다는 기적에 대해서 가끔 생각한다.
내일 아니면 가까운 시간 내에 난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당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 그런데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느낌.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어렸을 때 죽음은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이젠 조금 죽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할까.
죽음의 세계 어딘가에서 날 기다려줄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너무나 좋아했던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냈다는 기적에 대해서도.
삶은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의 연속이라도 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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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금 여기에 있는 확고부동한 덩어리가, 실은 물렁물렁 부드럽고,
무엇인가에 살짝 찔리거나 부딪히기만 해도 쉽사리 부서지고 마는 엉터리라는 걸
실감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렇듯 생달걀 같은 물체가 오늘도 무사히 제기능을 완수하고 생활을 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오늘도 자신을 간단하게 부숴버릴 수
있는 기구를 다루면서도 무사히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는 이 기적이여.... 하고 생각하기 시
작했더니 생각이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나는 지금도 물론 아는 사람이 죽을 때마다 주위의 사람들이 탄식하며 슬퍼할 때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반면, 그래도 지금까지 거기에
존재했다는 기적에 비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거의, 살고 있으면서도 정지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주라든가 친구라든다, 친구의 부모, 또 그 사람의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들.
무한한 수에, 무한한 삶과 죽음. 소름이 오싹 끼치는 수치. 여기서 보고 있자,
한없이 영원에 가까운 그 수치를. 여기에 앉아 몽롱한 머리로.
요시모토 바나나 - 암리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