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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3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주말에 무엇을 했냐하면...

토요일은 하루 종일 반시체놀이.

이렇게 보낸 주말이 제일 아깝다는 걸 알고 있지만 숙취는 어쩔 수 없다.

예전에도 아주 잘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들어 술이 정말 많이 약해졌다.

맥주 500 두잔에도 알딸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래도 숙취와 싸우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의 "친절한 복희씨"와

기분전환 삼아 미스테리 걸작선 상권을 다 읽었다.

헌책방 다녀온 뒤로는 책이 많아져 신나게 이것저것 뒤적거리면서 읽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뒤적뒤적. 집 안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다는건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일요일에는 오랫만의 만화 DAY!!

날이 흐렸다 비가 부슬거렸다하면서 온갖 우울한 척을 다 하길래(하늘도 우울할 때가 있겠지.)

이럴 땐 외출보다는 만화책이 기분 전환이 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뒤가 너무 궁금해지는 만화를 발견했다.

 

바로 '7seeds'

 

7seeds의 배경은 언제인지 모르는 미래.

흔히 영화 소재로 많이 다뤄졌던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예상되자

인류의 종말을 피하기 위해 몇몇 국가에서 다양한 6개(7명으로 구성)의 팀을 만들어 냉동보관한 뒤에

컴퓨터가 지구가 다시 인간이 살 정도로 복원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6개의 팀을 해동시킨다.

그 6팀의 인류가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다룬 만화라고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겠다.

 

본인도 모르게 선택되어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에 해동되어진 그들이 겪는 아픔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몸부림, 절망, 희망 뭐 이런 것들이 뒤범벅되어

읽는 동안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같이 미소짓게도 만들었다.

 

자세히 써봤자 10권이나 되는 내용을 정리할 수도 없고.

 

만화를 읽는 내내 '내가 저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물론 저기에 선택될 만한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상은 자유니까.)

 

결론은 생존력은 제로.

 

수영도 못해, 힘도 없어, 겁도 많아, 운동신경도 그저그래, 방향 감각도 없어.

깨어나자마자 한달도 안되서 세상 뜨겠다.

 

먹을 것도 직접 사냥하거나 채집해야하고, 상상도 못한 생물들이 덥치려고 도사리고 있는

저 상황에서는 지금 나로서는 생존력은 제로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미 모두 죽고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신력 파탄, 미친년이 되지 않을까?

내가 얼마나 강하지 못한 인간인지는 작년, 지난 주 사건사고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사랑은 인생을 구성하는데 극히 일부지만 사랑없이 살 수 없다는 말도 맞긴 한가보다.

사람은 부모의, 친구의, 연인의, 자식의 사랑이 있기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상상 속의 사랑이어도 좋고, 나만의 짝사랑이어도 좋고...

 

7seeds 만화책의 주인공들을 생존시키는 힘은 그래도 뭐라 해도

자기 생존 본능 외에 사랑이라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오늘 지구 멸망이 온다면 어차피 다 죽겠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죽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회사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악 쓰며 성내면서 죽고 싶지는 않다.

사랑 안에서 사랑을 느끼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구나.

그렇다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인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행복하게만 죽을 수 있다면...

 

7seeds에 나온 그 주인공들이 앞으로 어떻게 죽고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가상의 그들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걱정이 된다.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파랑새를 잡을 수 있을지...

 

다음 권은 언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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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살아있다는 기적에 대해서 가끔 생각한다.

내일 아니면 가까운 시간 내에 난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당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 그런데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느낌.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어렸을 때 죽음은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이젠 조금 죽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할까.

죽음의 세계 어딘가에서 날 기다려줄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너무나 좋아했던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냈다는 기적에 대해서도.

 

삶은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의 연속이라도 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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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지금 여기에 있는 확고부동한 덩어리가, 실은 물렁물렁 부드럽고,

 무엇인가에 살짝 찔리거나 부딪히기만 해도 쉽사리 부서지고 마는 엉터리라는 걸

 실감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렇듯 생달걀 같은 물체가 오늘도 무사히 제기능을 완수하고 생활을 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오늘도 자신을 간단하게 부숴버릴 수

있는 기구를 다루면서도 무사히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는 이 기적이여.... 하고 생각하기 시

작했더니 생각이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나는 지금도 물론 아는 사람이 죽을 때마다 주위의 사람들이 탄식하며 슬퍼할 때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반면, 그래도 지금까지 거기에

존재했다는 기적에 비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거의, 살고 있으면서도 정지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주라든가 친구라든다, 친구의 부모, 또 그 사람의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들.

무한한 수에, 무한한 삶과 죽음. 소름이 오싹 끼치는 수치. 여기서 보고 있자,

한없이 영원에 가까운 그 수치를. 여기에 앉아 몽롱한 머리로.


요시모토 바나나  - 암리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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