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知)의 관객 만들기 - 어느 철학자의 경영 분투기
아즈마 히로키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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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든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100명이나 200명 가운데 한 명꼴입니다. 더 적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도 100명, 200명에게 돈을 받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교육은,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디면 자기 계발류의 사기 행위가 될 위험성을 늘 안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교육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겐론스쿨을 시작한 지 5년, 제가 찾아낸 답은 ‘커뮤니티를 만든다‘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길뿐만 아니라 ‘관객‘이 되는 길을 준비하는 게 수강생에게 아주 중요해집니다. 작품을 발표하고 그렇게 해서 생활하는 프로가 되지 못한다면 작품을 감상하고 제작자를 응원하는 ‘관객‘이 돼도 좋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 P110

지금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반자본주의나 반체제도 스케일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첫머리에서 이야기했듯이 2010년대는 SNS 집회의 시대였습니다. SNS는 그야말로 반자본주의나 반체제의 목소리를 대규모화하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운동은 언뜻 화려해 보이고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매체도 열심히 보도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두려울 정도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 시대에 정말로 반자본주의적이고 반체제적이려면 무엇보다 먼저 ‘반스케일‘이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발판이 없다면 반자본주의 운동이든 반체제적 목소리든 모조리 페이지 뷰와 리트윗 수 경쟁에 먹혀 버립니다. - P216

그럼에도 출판을 그만두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 책과 같은 ‘사소설적‘이고 노출광적‘인 저작이야말로 지금의 철학 전체에 필요할 것 같다는 예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외래어투성이에 무척 까다로운 현대사상의 세계를 전공했다. 여전히 전문 서적을 읽을 수 있고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의 경험으로 그런 전문 서적으로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다. 철학은 살아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철학이 살아 있으려면 누군가가 철학을,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만 한다. 결코 멋진 일이 아니다. 어쩌면 부끄러움과 후회뿐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역시 보여 줘야 한다. 누군가가 이 위험을 안지 않으면 철학이 유한계급인 대학 내 사람들의 놀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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