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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프레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는 특별한 존재이다. 사진 찍는 것이 큰 즐거움인 나에게는 이 책이 꽤나 친근하게 다가왔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저자와 사진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자신과 사진과의 첫만남을 떠올릴 것이며, 자신이 여태까지 썼던 카메라들과 많은 이야기들이 필름처럼 지나갈 것이다.
내가 관심 가지고 있는 카메라들, 롤라이 35 시리즈, 미놀타 하이매틱 등과 평소 인터넷 상에서 본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라이카, 콘탁스와 같은 카메라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서 자주 가는 인터넷 동호회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QL17, PEN EE3 등의 카메라들을 책에서 보게 되면서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FM2, 노출계 고장인데 아직 수리를 맡기지 못한 F2a, 옥션에서 구입한 Himatic E 등도 요즘의 디지털 시대에는 구닥다리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카메라를 사용하는 즐거움은 매우 크다. 이런 즐거움과 깊이를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 상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들끼리 교류가 많고 정보 교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웬만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얻는 추세이다. 사용기나 구입기 등도 게시판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클래식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이라는, 고전(classic)적인 방식으로 접하는 느낌은 조금은 특별하다.
이 책의 저자가 아날로그 카메라의 특별한 느낌을 알듯이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카메라 이야기들을 책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에 담아낸다는 것은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 정보만 담은 책도, 여행기만을 실은 책도 아닌 이 책은 자칫 어정쩡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영혼을 담아내는 기계라는 것은 사진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느낄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카메라 정보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카메라로 담아낸 세상에 대한 생각도 함께 풀어낸, 카메라라는 기계의 특성과 닮아 있는 책인 것 같다.
또한 카메라와 함께한 역사도 느낄 수 있다.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독일의 광학 산업이 겪었던 일들, 콘탁스와 키예프의 관계 등 흥미로운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외 클래식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 클래식 카메라를 판매하는 상점 주인과 같은 카메라와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싣고 있고, 부록으로 클래식 카메라를 접할 수 있는 사이트와 구입 방법, 선택법, 관리법도 담고 있다.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든 책이라기보다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든 기분이라고나 할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혹은 가지고 싶은 카메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 카메라들에 얽힌 추억과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듣는 것은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