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콘택트 Nobless Club 7
박치형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의 감각이라는 게 재미있는 게, 종종 직접적인 자극이 없어도 마치 그것을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는 점이다. 음악이 없어도 음악이 들리는 것 같고, 영상이 없어도 눈앞에 구체적인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독서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단지 눈으로 활자를 쫓을 뿐이지만 머릿속에서는 오감이 작동하고 있다.

감각이 막혀버린 바닷속 환경에서 단지 소나라는 장치를 통해 전해지는 소리만이 허락되는 잠수함. 그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각을 읽고 먼저 행동하는 자는 그만큼 살아남을 확률도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해저의 환경과 잠수함들끼리의 전투를 다룬 로스트 콘택트는 여느 소설 이상으로 읽는 이의 상상력과 오감을 자극한다. 빈틈을 주지 않는 빠른 전개속에 묘사도 적은 편이지만 굳이 그걸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매상황 인물들의 감각과 생각이 전해지는 듯 하다.

노블레스클럽의 일곱번째 작품인 로스트 콘택트. 지금껏 다양한 시도와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 노블레스클럽이 이번에도 또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 기존에 볼테르의 시계를 비롯해 독자의 시각에 따라서는 현시국과 연결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로스트 콘택트는 이 점이 특히 더 직접적이다.

자원 고갈 문제와 그 대안인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 영토 문제, 국제 관계, 나아가 현시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까지 까발리고 있다. 마치 심해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우리의 눈과 귀를 열고 주변을 둘러 보라고 말하고 있다.

다소 노골적이고 편향된 시각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이 책의 존재 가치를 더욱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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