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철학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강분석 옮김 / 사람과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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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정신과 육체로 二分하여 정신(理性)의 힘을 극한으로 숭앙하고 육체(육신과 일차적, 본능적 욕구들)는 멸시하는 류의 사고방식은 합리주의의 시조 Decart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무려 1500여년 전에 쓰인 명상록에 벌써 그런 생각이 담겨있었다. '身神二分法的 情神優越主義'라고나 할까? 이런 사조가 바탕에 깔린 명상록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가늠할만 하다. (예전 내 기억으로는 이회창씨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이 명상록이었다. 왠지 그럴듯 해 보이지 않는가?)

허나 정신이란 결국 육체 안에 담겨있는 것이며, 육체로부터 영향을 받고 (극한의 초인이 아닌 이상), 또 육체에 영향을 주게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을 그렇게 쉽게 완전 분리하여 어느 하나는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신과 육체를 그리 쉽게 분리 할 수 없는 통일적인 하나로서 이해해야지만 인간 본성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록을 보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언급이 대부분 諸行無常의 원리를 활용하여 정신력의 힘으로 죽음과 존재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이상 가질 것이 없는 로마제국의 1인자(Princeps)도 결국은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잘난 哲人황제 아우렐리우스 였어도 죽음은 두려웠나보다.

명상록의 내용중 상당 부분이 불가나 도가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로마가 세계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광대한 영토를 자랑했다하여도 그들이 동방이라 부르는 부분은 겨우 소아시아나 중동까지에 불과했다. 오늘날 의미의 '동방'(중국)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고 봐야 옳다. (사실 교류가 있긴 했다. 중국 당나라때 문서 중에 Marcus Aurelius Antoninus가 보낸 사신을 서방에서 安敦(안돈)황제가 보낸 사절이 왔다고 기록한 부분이 있다고한다.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서양사람(아우렐리우스)이나 동양사람(불타,老莊)이나, 고대사람(아우렐리우스)이나 근대사람(데카르트)이나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보면 역시 인간의 이성으로 도달할수 있는 보편진리의 수준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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