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김소진 문학전집 3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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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다가 말았던 김소진 전집을 다시 펴들었다. 이 책은 그의 짧은 단편들이 모여 꾸며진 것이라 틈나는 대로 한 편씩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시험을 마치고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며 남겨진 단편 몇몇을 다 읽었다. ^^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1학년 초, 활동하고 있던 문학 동아리에서의 '김소진'에 관한 세미나를 통해서였다. 당시 선배들은 그에 관해 34살의 요절한 90년대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 소설가 함정임과의 결혼, 한겨례신문 문화부 기자 등 그의 경력과 평가에 대해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그를 '기막힌 글쟁이'라고 추켜 세웠다.하지만 난 그 당시 신입생의 들뜬 마음때문이었을까. 난 그 사람에 관해, 그의 소설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그의 소설을 읽은 후에도 그네들의 생각에 완벽하게 동의 할 수는 없었다. 그 때의 기억으로는 김소진의 소설들은 작가 자신의 가난에의 기억, 고통스러운 기억들로 뒤범벅된 작가 자신의 끄적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가 작가처럼 진득하고 암담한 '가난'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펴든 김소진의 소설은 여태껏 내가 읽어본 다른 소설작품들과는 그 당시와는 색다른, 무언가 그 당시 선배들의 생각들에 조금이나 동의 할 만한 그 무엇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소설은 허구이며,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진 삶의 진실성으로 말미암아 감동을 얻는다' 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진정 '허구'가 아니다. 그의 인생 전부가 소설 속에 조금의 '허구'도 없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건 그의 일생 자체가 소설처럼 드라마틱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북에 가족을 두고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이남을 선택했던 아버지, 구멍가게 하나로 가족들의 삶을 꾸려가며 경제적으로는 무능하기만 했던 아버지와의 싸움,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력을 증오했던 김소진. 대학시절의 집회참여의 경험. 운동권 학생으로서의 그의 경험. 소설가 함정임과의 결혼, 번듯한 직장(한겨례신문 기자)을 때려치우고 '더 늦기 전에 내 문학과 대면해보겠다' 며 나선 '백수'의 작가생활... 그의 이 같은 경험들이 그의 소설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다.그는 그 자신의 모든 내밀한 것들을 숨김없이 모두 보여주었다. 그의 글 속에서...

그 때문인지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누구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본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이 동하는 것이냐. 문학평론가 임우기씨는 그를 가리켜 '서민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구차한 지식인의 생활을 자기 문학의 삶으로 여겼던 서민작가, 서민지식인' 이라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신도시 아파트에서 주차문제로 시비에 휘말리는 서른다섯살 노총각, 결혼 3년이 지나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 이야기, 몰래 자전거를 훔쳐타고 둘 사이의 마음까지 훔쳐버리는 소박한 서민들. 바로 우리와 작가의 가까운 이웃들에 관한 자잘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시민의 마음 속에 감동의 불씨를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을 읽고 그 동안 소홀히 생각했던 하루하루의 작은 일상에 대해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여 또다른 삶을 일구어내기 때문에.점점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늘어만 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사람을 부르고, 또 불러낼 것이다. 이제 그를 이곳으로 불러낼 방법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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