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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을 두고 프리뷰를 진행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상하게 들릴법한 이야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국내에서의 상실의 시대 인기, 보급도를 생각하면 구지 감상을 쓰는 것보다도 이렇게 프리뷰도 진행해보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케이스도 좀 특별한 경우구요^^)
어렸을 때 한 휴대폰 광고 (아마 현대 걸리버였던가요..) 에 상실의 시대가 나온걸 기억하고 있어요. 그 계기로 상실의 시대를 접하게 되었는데 뭐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에게는 예의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이 책의 팬들과 책 자체에도 많이 어긋나겠지만 그때 인식으로 상실의 시대는 성교육 교과서다 라고 여기고 말았거든요.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자극적인 것만 눈에 들어왔나봐요..;;)
책에 대한 느낌을 서술하자면 나이에 따라 다른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그리고 20살 전후.. 지금은 주인공보다 꽤나 많은 나이에서 각각의 시점에서 이 책의 울림은 달랐고 그것이 지금까지 상실의 시대를 유효케 하는 요인이라 생각해요.
프리뷰라는데 너무 책에 대해 이야기가 깊었나요? 그럼 이제 프리뷰를 진행해볼게요.^^
좌측이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이고 우측이 문사미디어의 노르웨이의 숲 입니다.
느낌부터가 다르죠. 우측 노르웨이의 숲이 하루키가 우기던 디자인 그대로 따라갔다고 해요. 제목역시 국내명이 아닌 원제 노르웨이의 숲을 따라가고 있구요. 하드케이스 안에 양장본으로 상, 하 나뉘었습니다.
저 하드케이스에서 책을 꺼내면 아래와 같이 두권이 나와요.
역자는 임홍빈씨 입니다. 국내 번역된 하루키 저작에서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죠. (개인적으로 1Q84도 임홍빈 씨 손을 걸쳐서 나오길 기대했지만 뭐 자본의 논리로.. 그렇다해서 제가 문학동네를 싫어한다던가 그런건 절대 아니예요.^^) 상실의 시대는 유유정 씨가 번역한 반면에 노르웨이의 숲은 이렇게 임홍빈 씨가 번역을 맡았죠.
적색속의 녹색, 녹색속의 적색. 저 투톤컬러의 강한 대비로 책의 표지들을 구성했는데요. 하루키 본인은 강렬한 감정을 가진 이야기니 선명하고 강렬한 색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우겼대요. 노르웨이의 숲을 분석한 몇몇 이들은 이 장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았는데 적색이 생명과 죽음을 내포하고 녹색이 죽음과 삶을 내포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모든 번역물은 작가의 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노르웨이의 숲은 조금은 놀란 듯한 장정이긴 했지만 (이게 일본판 원본을 그대로 따왔다는게 더 놀랬어요.) 한편으로 상실의 시대같은 경우는 좀 장난을 많이 친 것 같아요. 당시 저작권 자체가 무시되었던 시대상 속에 타 노르웨이의 숲 해적판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여러 선택이었고 저 역시 그것을 존중하지만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람의 장난이 많이 들어갔다는 부정적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임홍빈 씨 같은 경우는 번역후기에서 상실의 시대와 달리 많은 부분을 뺄려고 했대요. 책의 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 의지들을 말예요. 임의적 (일수도 있고 국내 독자에게 친절해지기 위함일수도 있겠지만) 인 소제목 첨가라던가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문단 나누기, 부드러운 문장을 위한 의역 등등.
저는 적극적으로 임홍빈씨의 이런 의도를 환영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가 이미도 씨를 정말 싫어하는데;; 이미도 씨같은 경우는 의역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문화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원문을 보지도 않은, 번역된 자막만 읽는데도 크게 느껴지고 말아요. (그래서 영어공부하게 되었구요.)
물론 번역은 제 2의 창작이예요. 그것은 분명해요. 하루키를 따라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를 읽으면서도 내가 읽은 문장은 내가 번역된 문장을 읽은것과 비교했을 때 의미는 같더라도 느낌은 분명 달랐거든요. 그래도 모든 번역은 작가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문사미디어의 노르웨이의 숲을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건 아니예요. ㅡ.ㅡa 하권 뒤에 임홍빈 씨의 번역후기에 나오는 내용들이예요. 정말 임홍빈 씨의 의도가 느껴지는지 직접 읽어서 확인해야 하지만 같이 구입한 책들이 꽤 있어서요.. 읽었던 책보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전 분명 상실의 시대를 꽤나 읽었거든요.) 읽지못한 같이 주문한 책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보면 분명 임홍빈 씨는 하루키 국내 저작물에서 눈에 익은 이름인데, 또한 문학사상사에서 대표직을 맡은 것으로 알고있는데 (또한 하루키 여러 작품들의 번역도 참여하였지요.) 문사미디어는 뭘까 했었어요. 문학사상사에서 독립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문사미디어는 문학사상사의 자회사 였더군요. 그래서 문.사. 미디어 인가봐요.
가격은 2만원 이예요. 상,하권 각각 1만원이구요. 몇몇 인터넷서점이나 오픈마켓에서 상실의 시대를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에 비해 부담스러운 가격일지 몰라요. 그래도 노르웨이의 숲은 정가제에서 벗어나서 할인 구매 가능해요. (저같은 경우는 알라딘에서 20% 할인해서 16000원에 구입했어요.)
이렇게 읽지도 않았으면서 글을 남기는 이유는 (프리뷰라고 하면서까지) 혹시나 서점에서 종종 눈에 띄는 노르웨이의 숲을 보며 어떤 거지 하는 작은 호기심을 위한 거예요. 저 역시 그런 작은 호기심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다가 이렇게 구매하게 된거거든요. 그리고 임홍빈씨의 의도가 이렇다면, 그리고 의도대로 진행한다면 상실의 시대 매니아, 혹은 하루키 매니아 분들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20000원은 크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인터넷 서점, 오픈 마켓을 이용한다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이겠지요.)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읽은 후 상실의 시대가 아닌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한번 느껴봐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