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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 별이 된 아이들 263명, 그 이름을 부르다
류이근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름은 익명이다.
-신쇄를 준비하는 2017년 7월, 개목줄을 찬 채 침대에 묶여 질식사했다는 세 살 아이와 이 때뮨에 구속된 젊은 부모의 소식을 듣게 된다.
-~~~ "소풍 가고 싶어요" "마이쭈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맞아 죽는가 하면 "아빠와 같이 있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어른들이게 알렸음에도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경우도 있었다. 가해자인 어른들은 대부분 아이 탓을 했다. 자꾸 울고, 오줌을 가리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그리됐다 했다. 목소리 높여 그리 말하는 부모 뒤에서 죽은 아이의 형제자매는 불안 속에 침묵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읽는 것만으로도 끔찍한데 그 일을 직접 겪은 아이의 고통이 어떠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괴롭다고 읽지 않고 관심 갖지 않는다면 검은 문 안의 아이들,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을 구할 길이 없다. 어른의 의무로서, 우리는 아이들이 고통에 귀 기울여야 헌다. 외면하지 말고 꼼꼼히 읽어주길 바란다.
-~~~가라앉는 배에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며 자신들은 탈출하는 어른들의 강압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목격하고 있다.~~~
-폭력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나는 지금 나보다 약한 아이에게 왜 목소리를 높이는가. 왜 1등을, 100점을, 명문대를 강요하고 있는가. 어른인 내가 아이에게 하고 있는 모든 강압과 폭력은 내가 어릴 적 싫어하던 어른들의 모습은 아닌가.~~~
-~~~김성준 임상심리 전문가는 "학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고문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고문을 받다 보면 피해자는 옷도 못 챙기고 더러워지고 무기력해지는데 그 모습을 보고 고문 가해자는 '이런 쓸모없는 인간쓰레기는 고문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후 정당화'다.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 "그냥 뭐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이 웃어주시면 될 거 같네요. 그렇게 하면 뭐, 만사 오케이."
→가정폭력을 당해 누나가 죽고 시체처리하는 걸 목격했고, 6살에 구조된 후 성인이 된 사람의 인터뷰
-~~~ "살면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을 묻는 말에 그가 "쉼터에 갔을 때"라고 답하자 김 본부장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당시 제일 중요했던 것은 더 이상 너에게 이렇게 불행한 일이 없도록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ㅇ었죠.~~~
-한 해 평균 37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맞거나 버려지거나 성적 학대를 받다 죽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63명에 이른다.
-<한겨레신문>이 기록한 263명의 학대 사망 아동에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 학대 범주에 포함되는 112명 외에도 이름도 갖지 못한 신생아(영아) 살해 59명, '동반'이라는 이름을 왜곡된 '살해 후 자살' 92명(추정)이 더해졌다.
-숫자는 비극을 극대화한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어리고 어렸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 열 중 넷(43명, 38.4%)은 동르 넘기지 못했다. 이들 가운데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가 8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열에 일곱(67명, 67.9%)은 여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떴다.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아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울어서' 등 생리적인 이유로 학대한 경우가 24%였다. '말을 잘 안들어서' '욕설을 해서' '거짓말을 해서' '고집을 부려서' 등 훈육을 명분으로 한 학대도 21%였다. 심지어 '글씨를 못 써서' '질문에 답하지 않아서' '학교에 지각해서' 등이 죽음으로 귀결된 학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뚜렷한 이유가 없다' 또한 14.9%였다. ~~~ 어처구니없게도 '사랑해서'도 있었다. ~~~ '친모의 외도 의심' 이나 '부부 싸움 분풀이' '딸이 거짓망르 한다는 망상' '종교적 이유(수혈 거부 등)'처럼 아이들과 아무 상관 없는 어른들의 잘못이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 아빠는 태어난 지 두달이 안 된 신이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이 상자에 넣어 장롱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녀 최소 37.5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을 거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수치상의 차이는 주로 정부 통계가 신생아 살해나 아동 살해 후 자살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엄마가 현이에게 쏟은 관심과 사랑의 절반, 아니 반의반이라도 민이에게 쏟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회가 아이의 보육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최소한의 안전 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갈 길이 멀다.
-폭력은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전염병처럼 번졌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약한 자를 삼켰다. 핏줄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의 존속 살해와 자식 살해>(정성국, 2014)를 보면, 자식을 살해한 동기 230건 가운데 가정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건으로 거의 절반(44.6%)에 이른다. 다음으로는 경제 문제(62건, 27%), 정신질환(55건, 23.9%)순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펴낸 <아동 학대 사망 관련 지원 서비스 체계화 방안 연구>(2012)를 보면, 부부간 폭력이 있는 경우에는 폭력이 없는 경우에 비해 아동에 대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는 전체 아동 학대의 4%에 불과하다. 학원과 학교를 포함해도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는 6.7%에 그친다. 아동 학대가 주로 발생한 곳은 다름 아닌 가정이다.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안은 '우리의 신고'다. 이서현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했다.
"이 사건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과 가정 내 폭력에 관대한 기존 정서와 주변의 무관심,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 체계 및 예산과 인력의 부족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인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성준이와 세라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어른들의 실수로 매년 수십 명의 아이를 학대로 잃는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내놔야 움직일는지 끔찍하기만 하다.
-~~~그런 논리를 펴기에 앞서 아동은 조건 없이 존중받고 행복을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에 있는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