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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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신상을 공개하면서까지 인터뷰를 한 이유는, 저랑 가까이 지내는 분들은 제가 다친 걸 알지만 가까이 지내지 않는 지인들이라든가 아니면 서로 존재는 알지만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내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이런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 저를 보면서 그들이 알던 ㅈ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가 되거든요.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또는 내 친구의 이야기라고 하면 거리감이 확실히 다르니까요.

-오히려 제 친구들 중 한명이 다 필요 없고 나는 너를 그냥 지지한다고 해준, 그 얘기가 되게 크게 힘이 됐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난 너를 지지한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있던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저도 그냥 평범하게 예전처럼 살고 싶죠. 근데... 뭘 할까요? 뭘? 모르겠어요. 주변에서는 저한테 빨리 뭐라도 시작해보라고 해요.

-의현이 유골함을 안치시킬 때, 엄마가 의현이 친구들에게 "우리는 왜 갔는지 말고,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하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엄마라면 그냥 울다가 실신했을 거 같은데, 엄마는 자식을 보낸 상황에서 의현이 친구들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지금 저에게 다른 필요한 거는 없는데, 강철 멘탈을 갖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꿈이 컸는데, 지금은 그냥 보통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냥 평범하게, 힘들지 않게. 사실 그 평범하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저는 10년, 20년 후에 그냥 평범하게만 지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엄마, 가만히 있어도 힘들지 않아?" 이랬더니 엄마가 얘기인 즉슨 "가만히 있어도 힘들 거라면 부딪쳐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작은 것이라도 변화가 생기겠지."

-저와 생활공동체를 이뤘던 언니와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언니랑 이루고자 했던 상호돌봄은 쉽게 말하자면, 인생에서 혼자 대처하기에는 힘든 일을 같이 하자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보자는 거였어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자기가 받아줄 수 있는 한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보자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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