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외존재나 아포칼립스 설정을 엄청 좋아하는 데다가 그로테스크하거나 고어인 창작물도 많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Romantic Paradise, Psyco(이하 RPP)를 처음 보았을 때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에 끌려 질렀는데요, 내용이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 이렇게 리뷰를 씁니다. 예비 독자님들도 구매하실 때 진지하게 고민하고서 구매하셨으면 좋겠어요.
[스포주의]
「지극히 가벼운 노모럴 뽕빨물」
뽕빨물이란 보통 스토리고 개연성이고 없이 야한 내용만 가득한 미디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만 RPP에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없겠네요. 좀비는 그저 병풍입니다. RPP에서 중요한 건 주연 인물들이 아무런 모럴도, 윤리도, 도덕도 없이 그저 '사람이었던 무언가', 즉, 좀비를 게임과 같이 패죽이며 쾌감을 얻는다는 점이에요. 그와 동시에 길바닥이든, 빈 건물이든, 집이든 아무데서나 섹스를 합니다. 말고도 사람을 그냥 재미로 죽이거나, 호기심을 위해 생체실험을 하고, 아, 서로 강간하기도 하네요. 나열한 것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내용이 전혀 하나도 진지하지 않아요. 피폐물과는 다릅니다. 피폐물은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만큼 그나마 진지하고 어둡기라도 합니다만, RPP는 철저한 가해자의 시점에서 그저 즐길 뿐입니다. 모든 비윤리적인 행동과 피해자의 고통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게 다예요. 더해 조금 딴소리를 해보자면 성인 크기의 좀비들을 때리고 터트리고 뭉개면서도 놀랍게도 지치지 않습니다...'아포칼립스'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전기와 수도를 쓰고 여자 주인공은 어떠한 안전장치나 준비도 없이 산 좀비를 해부하며 실험하기도 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설의 배경에서)현실적이지 않은데(=개연성 없음) 작가님께서 표현하시길 그렇다고 하니 그런거겠죠. 참고로 이외에도 많은 면모가 비현실적이랍니다. 역시 개연성을 신경쓰지 않고서도 즐길 수 있는 분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노모럴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더 있는데요 수는 약쟁이입니다. 마약중독자요. 좀비 사태가 터진 뒤 약을 구할 수 없아 자연스레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공은 사이코패스에다 뭐어쩌구필리아라는 살인에 대한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 모두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조차 가지고 있지 않고요. 사실 이러한 설정들이 대체 왜 들어가있는지 모르겠어요. 공의 설정은 공이 난폭하게 굴고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여버리는 이유로써 쓰일 수 있기는 한데 수의 약쟁이 이력은 대체...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얘네가 이렇게 비윤리적이고 모럴이 없어요 하면서 노모럴배틀하는기분...너무 과다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거르지 않고 때려넣으면 괴랄한 음식이 나오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과도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인데 작가님께선 그러한 진리를 염두에 두지 않으신 모양이에요. 한마디로 비효율적입니다.
캐릭터간의 교류와 대화도 그저 자극적이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안보여요. 보통 십구금에서 수치를 줄 때 쓰는 말들이 RPP에서는 일상 언어네요. 그런데 딱히 꼴리지가 않아요. 이야 큰일이다. 저급하기만 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물론 허접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에는 충분히 자극적이고 꼴릴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제 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큰 줄기도, 사건도 없이 의미없는 일상을 저급한 언어로 줄줄 이어가기만 하니 독자의 머릿속에는 지루함밖에 남지 않네요. 현생이 바빠서 손도 못 대고 있다가 리뷰 이벤트 마감 직전이 되어서야 소설을 잡았는데, 왜 그동안 등록된 리뷰가 하나도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리뷰를 할 게 없으니 리뷰를 쓰기가 힘들지.
스토리가 존재 하기는 합니다. 두 권에, 약 500페이지나 되는 내용이 전개되려면 서사가 없을 수 없지요. 그런데 정말 미약하고도 미약합니다....전체를 100%라고 치면 노모럴 경연대회(나는아무렇지않게생명을죽인다/나는강도짓살인마짓이재미있다 등) 10% 떡(섹스)씬 60% 의미없는 잡담 10% 스토리 20%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네요. 깊은 새벽 갑자기 욕구불만이 터져서 애들이 아무생각없이 개처럼 떡만치는 게 보고싶은 분이시라면 RPP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만 저처럼 모럴도 챙기고 스토리도 챙기고 좀비병풍보다 좀비를 원하는 분이시라면 두 손 걷어붙이고 말리고 싶어요. 그러한 눈물나는 노력의 일환이 이 리뷰입니다....충격에 정신히 혼미해서 횡설수설한데(사실 모든 리뷰가 두서없는 것 같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제 리뷰를 읽고서
구매에 대해 고심하셨으면 좋겠어요...부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