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BL] 빅스노우 ㅣ [BL] 빅스노우 1
라쉬 / 민트BL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빅스노우] 가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즐겁지는 않습니다) 소설인데...저는 연재때부터 꼭꼭 챙겨 읽었어요. 라쉬님을 처음 영접하게 해 준 고마운 글입니다. 게다가 무려 까치까치 설날 이벤트에도 해당이 되는데 왜 마지막날까지 리뷰가 이렇게나 없지요? 너무 억울하네요. 분량도 길지 않게 적당한 단편인데 왜 많이 읽어주지 않는거야...
빅스노우의 배경은 제목 그대로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핵겨울입니다. 수많은 것들이 얼어붙고, 쉴새없이 눈이 내리지요. 사람들은 구역마다 무리를 지은 채 나뉘어 살아갑니다. 보통 정부가 무너진 아포칼립스들이 다 그렇듯이 윤리와 도덕따위 없이 인체실험과 폭행, 살해가 난무하는 세계고요. 이런 쪽에 예민하신 분들이면 읽기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인피..풀어서 말하자면 인간 가죽이 재산의 일부로 거래되는 세계이고, 이 소설 내에서도 인피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거든요.(자세하게 말하면 스포가 될테니 적당히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빅스노우의 색다른 점은 '감염자'와 '면역자'의 존재가 아닐까요. 자토와 3309의 이야기는 면역자와 감염자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돌아가거든요. 그 둘이 당사자이기도 하고 말이에요. 오메가버스가 생각나면서도 알파/오메가와는 다른 감염/면역자...오히려 그렇게 변형된 덕분에 아포칼립스와 더욱 어울려 보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워요. 사랑이 없는 성관계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점에서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이, 고통과 상처밖에 존재하지 않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너무너무나도 쉬운 상황이라...아 피폐해....
아, 그런데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중 하나가 더 있네요. 단편이 엮인 책은 보통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난 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빅스노우는 자토&3309, 케이&해완 의 내용이 번갈아가며 나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거나 서로의 이야기를 착각하시기 쉬워요. 주된 흐름을 따라 깔끔하게 이어지는 내용과, 번잡하게 자잘한 사건이 많지 않은 만큼 크게 어렵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난해한 건 난해한 거니까요. 정 힘드시면 소제목을 보면서 골라가며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는 조금 힘들더라도 꾸준히 열심히 파례로 읽자는 주의지만요. 색다른 느낌도 들고, 단지 책이라기보다는 드라마나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도 나고 되게 좋았어요.
꿈도 희망도 없는, 상처뿐인 세계이지만 그럼에도 인물들이 서로 사랑을 하고 구원을 받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특히 자토와 3309의 엔딩이 좋았습니다. 사랑이라고는 꽃필 수 없을 둘이서 서로를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며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인상깊기도 했고. 음울한 분위기와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독자분이시라면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혹시 볼 책이 없어 방랑하고 계시다면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