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L] 위대한 희극을 위하여
필라궁 지음 / 시크노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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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Jemma님께서 너무 리뷰를 잘 써주셔서, 저는 숟가락 얹는 기분으로, 콩깍지 낀 독자의 시선에서 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생각입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시리어스에 군부, 전쟁, 인체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만큼 트리거가 당겨질 만한 소재가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는 거예요. 초반에 짧게나마 강간 소재가 들어있고, 주인수는 비인간적인 인체실험을 당하며, 중간중간 꾸준히 폭력성이 선연하게 드러나있는 고문 장면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을 견디지 못하시는 분들은 구매를 재고하시길 바라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위대한 희극을 위하여는 추리/미스터리라는 키워드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갈 수록 심장이 죄여드는 작품이에요. 목숨이 걸린 탈출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앞에 두고서 수는 필사적으로 의심하고, 고민하며, 어떻게든 정보를 구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칩니다. 활자를 따라가며 그러한 수의 움직임을 뒤쫓는 독자들도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에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하게 됩니다. 물론 독자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여러 인물들의 시야를 공유하며 전체적인 전개와, 누가 누구의 편인지, 실제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되지만 주인공이자 주된 서술자인 수는 그러한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는 만큼 목숨을 건 도전을 계속하고, 독자는 결국 그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또다시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전말을 알 수 없는 추리 소설보다 오히려 알기 때문에 더 애가 타고 긴장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매력적인 캐릭터도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지요. 저는 숨만 쉬어도 위험한 냄새가 풀풀 나는 공을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위대한 희극을 위하여의 자야가 딱 그러한 캐릭터입니다. 잘생긴 미남이 위험한 분위기를 풍길때마다 좋아서 진정하질 못했어요. 물론 그 미남은 잘생긴 수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애정을 퍼붓습니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다른 사람에게는 냉혹하고 잔인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끝없이 다정하고 따스한 인물은 어떠한 작품에서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지요. 근러나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수 또한 능력있고 주체적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인물이에요. 추리+미스터리 장르의 주인공답게 침착하게 자신이 살아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또한 용기있게 시도합니다. 6년간 학대를 넘어선 비인간적인 실험을 당하면서도 온전한 정신을 지켜내며 살아남아 복수하리라 다짐할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창작물 속의 인물인 만큼 과장스럽게 긍정적이고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진 것 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결국 설레이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는 게 목적인걸요.
아, 그러고보니 하나 더. 반드시 말씀드려야 하는 게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폭력적인 장면에 주의하라고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시나요? 공과 수 모두 인체실험의 희생자이며 또한 비윤리의 극치인 전쟁 속의 인물인 만큼 조금,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어딘가 비틀어져 있고, 어딘가의 한계가 망가져 있습니다. 끝없는 고통과 절망속에서 살아남은 수는 증오하는 복수의 대상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기뻐합니다. 수가 손쉽게 복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해준 공은 그러한 결과물은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내비치고요. 마치 사냥에 성공한 아기 사자를 보며 웃는 어미 사자처럼요. 저처럼 조오금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사랑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무척이나 반기고 기꺼워 할 캐릭터성이지만,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 또한 있음을 알아 이렇게 주의드립니다.

굳이 언급하기도 민망한,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님께서는 시종일관 친절하고 섬세하십니다. 누가 공이고 수인지 피가 마르도록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뚜렷하게 표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들어주십니다. 앞에서 세세하게 뿌린 복선, 떡밥들도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할 수 없게끔 확실하게 회수해주셔요. 게다가 그러한 복선은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의 관계를 진전시킨다거나, 수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거나, 공의 정체를 알려준다던가 하는 역할을요. 정말 하나하나 세심하게 구성된 소설입니다.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면모를 또한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작가님께서 참고자료를 수집하시고 또 이용하신 점입니다. 없어도 소설은 문제 없이 전개 되겠지만 자료가 글에 더해지면서 더욱 풍부한 내용이 만들어집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무기와 군함들이 나오고, 이러한 무기에 대해 과하지 않은, 적절한 설명을 자연스레 집어넣은 덕에 묘사와 진행과정이 무척이나 사실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또한 이후의 전개나, 결과에 대한 개연성이 더욱 명확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작가님께서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글을 적어내렸는지 감히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단권인 만큼 짧지만 그 이상으로 강렬하고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시는데, 생략하는 방법마저 무척이나 멋있게, 거의 전율이 일 만큼 웅장하고 대단하게 표현해주셔요. 이게 정말 가능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짧고 간결한 문장만으로 독자에게 감명을 주기가 쉽지 않은데, 필라궁 작가님은 그걸 해내시더라고요...게다가 긴박한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는 데 있어 탁월하시기 때문에 더욱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제가 필라궁 작가님의 글을 처음 접한 작품이 위대한 희극을 위하여인데요, 그동안 왜 전작을 읽지 않았는지 절절히 후회할 만큼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연재하실 때 이미 한 번 완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북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머리가 뎅, 하며 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디 다른 예비 독자님들도 위대한 희극을 위하여 를 즐거이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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