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이
나태주 지음, 박기종 그림 / 시공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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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에게는 '바로 그 한 편의 시'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라는 세 글자의 이름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바로 그 한 편의 시'는 아마도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이 <풀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나라 대표 '국민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풀꽃>이라는 시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나태주 시인의 생생한 입말로 담담하게 풀어나간 동화책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학교에서 해마다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사진을 찍어놓은 듯 유난히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아이들이 몇몇 있는데, 가만히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사랑과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었어요.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을 하신 '나태주' 시인에게도 유난히 보고싶은 제자가 한 명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현명이'라는 아이랍니다.


'현명이'는 나태주 시인이 교장으로 첫발령을 받았던 충남 공주 왕흥 초등학교에서 만나게 된 4학년 남자아이였대요. 학교 부근 장애우들을 거두는 '소망의 집'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였는데 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글짓기반'에서 함께 글짓기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가 썼다는 '교장 선생님'이라는 시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교장 선생님 대머리

모자 쓸 때는 아저씨

모자 벗으면 선생님.

<교장 선생님>, 현명이


이 현명이라는 아이의 눈에 대머리인 교장 선생님은 모자를 쓸 때는 아저씨로 보이고, 모자를 벗으면 선생님으로 보였나봐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참 친근해 보여요.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나는 동심 가득한 시였어요.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에서 글짓기를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나봐요. 하루는 아이들을 학교 정원의 풀밭에 데리고 나가 풀꽃을 찾아보게 했대요. 풀꽃을 그리는 방법에 대한 한 아이의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풀꽃을 그리려면

우선 마음에 드는 풀꽃 하나를 골라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야만 한단다.

그런 다음에는

자세히 그 꽃을 들여다보아야 하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풀꽃이 사랑스러워진단다.


학교 정원 풀밭에서 교장실로 돌아온 나태주 교장 선생님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짧은 시 한 편을 쓰셨대요. 그 시가 바로 '작고 보잘 것 없이 느껴지던 존재에게서 발견한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이라는 시였던 거예요!


이 경이로운 <풀꽃> 시가 탄생했던 그 날을 회상하며 쓰신 교장 선생님의 글이 제 마음을 '찡'하게 울려 주네요.


그 날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장 선생님에게는

예쁘고도 사랑스러운 풀꽃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현명이가 풀꽃이었고,

하림이가 풀꽃이었으며,

다른 아이들도 풀꽃이었습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풀꽃이었습니다.

'풀꽃!

풀꽃 같은 아이들!

풀꽃 같은 사람들!'

그리고 교장 선생님도 아이들 곁에서

한 송이 풀꽃이어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현명이'로 3행시를 지어봤어요.


재 당신 눈에 들어 온 그 이름 없는 풀

백한 아름다움은 눈에 띄지 않을 지라도

토록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한 송이 아름다운 풀꽃으로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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