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눈가리기 - 여운이 긴 만큼 인상적인 작품

[eBook] [BL] 눈가리기 ㅣ [BL] 눈가리기 1
이미누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순전히 사육당하는 공이 궁금해서 구매했다가 상처 많은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여운이 길이서 인상이 깊게 남았습니다.

겉모습은 정상으로 보이는 권해원과 어디로보나 정상으로 보이지 않은 이정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마냥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부터 정상은 아닌 이정윤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따라오는데도 알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돌보는 것 부터 이미 정상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그 이후의 일들을 살펴봐도 충분히 이상한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이정윤이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고민이나 신고보다는 사육하다시피 보살피는 모습도 그런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어서 권해원은 알 수 없는 인물이 되어 갔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처음의 눅눅하고 진득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줘서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어느새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을 애정하게 되어 몰입하게 됐습니다. 워낙 피폐한 이야기나 트라우마 있는 캐릭터들은 취향이 아닌데도 해원과 정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인식이 되어서인지 안타까웠고, 두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없애기보다는 그대로 둔 채 상처로부터 눈을 가리고 서로에게 안식을 찾는 모습이 여운이 남았습니다. 상처는 치유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도 느끼고 이렇게 평생 같이 가지고 갈 상처라도 옆에 그 평생을 함께 할 존재가 있다면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 읽는 내내 해원과 정윤의 행복만 빌게 됐습니다. 

가볍게 봤다가 여운이 길어서 앞으로도 생각 날때마다 재탕할 것 같아요. 몇번을 다시 봐도 여운이 먹먹하게 남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