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머무른 끝에
연슬아 지음 / 벨벳루즈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연슬아 작가님의 전작들은 재밌게 봤습니다. 이번 작품도 전작<내딛는 끝에>와 비슷한 제목이라 더 기대가 컸습니다. 전작은 회귀물이라서 취향에 맞아서 재밌었는데 이번 작품은 소개글에서부터 풍겨오는 황태녀 여주의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1919한 씬들의 향연이라서 당황했습니다. 주인공들 나오고 배경 설명 나오더니 바로 씬 등장. 황실에 유전으로 전해지는 병의 발병을 막기 위해 관계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바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경험부터 빠르게 시작되는 터라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심한 여주의 모습에 비해 얌전하면서도 간혹 비치는 면모들이 궁금한 남주의 감정선은 어떤지가 궁금했는데 씬을 넘기니 파악하기가 힘드네요. 씬이 몇십 페이지에 줄기차게 나와서 그냥 대충 넘기고 보면 두 사람의 감정선이 납득이 안되고 그렇다고 몰입해서 씬부터 감상하기에는 여주의 신음에 현타가 와서 힘들었습니다.

 

강인하고 무심하고 숨기는게 없는 여주에 비해 남주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전부터 여주를 마음에 담고 있는 캐릭터로 나와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남주가 여주를 어떻게 꼬실지도 정말 기대가 많이 됐는데... 생각보다 남주의 활약은 그저 그랬습니다. 이게 과연 꼬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같이 시간을 보내는 등 뭔가 하기는 하는데 죄다 그게 결론은 씬으로 마무리가 되서 아쉬었고 남주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뭔가 진취적이지는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남주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건 여주를 붙잡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 애원하는 어투라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남자답게 뭔가를 하기 보다는 여주가 행하는 면모가 강조되고 남주는 조신하게 사랑을 강요하기 보다는 애원하는 면모가 강해서 두 사람의 포지션이 평소 보던 작품과는 반대라서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그냥 딱 그 정도에서 마무리가 됐습니다. 왜냐면 고백 뒤에는 또 씬이거든요. 씬은 그냥 남주 위주라서 여주는 신음 내기에 바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여주가 남주에 대한 감정으로 고민을 하는 면들은 사랑하는 형제들을 병 때문에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는 면들이 납득이 되서 서서히 남주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주기만 기다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주인공의 어머니, 황제의 개입으로 인해서 여주가 자신의 마음을 한방에 깨달으면서 스토리는 또 씬으로 끝났습니다. 이놈의 씬... 안나오는 장면들이 없네요. 황제가 자신에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시간 안에 여주를 행복을 찾아주고 싶어서 개입한 건 알겠는데 그 개입에 여주가 너무 한방에 무너져서 아쉬웠습니다. 이럴거면 그렇게 아니라고 하지를 만든지 남주 다쳤다고 울면서 찾아가는건 참... 그동안 상상해온 무심하고 차갑고 황태녀로서의 강한 이미지가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내 황태녀가 이렇게 울면서 뛰어갈리 없어!!!를 외쳤는데 외치면 뭐하나요. 여주는 이미 울면서 남주 찾아갔고 그런 여주의 마음을 깨달은 남주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해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참...남주가 그동안 여주의 말과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는 건 알겠지만 너무 저자세로 자해협박을 하는 바람에 사랑을 자각한 여주의 태도에 감동이 밀려오다가도 혀를 차게 됐습니다. 그런데다... 사랑고백의 마무리는 씬. 씬이 빠질 수가 없죠. 마지막까지 그러니 이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게 되네요

 

외전에서라도 씬이 안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외전에서도 씬이면... 씬으로 시작해서 씬으로 끝나니 이게 모야 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의 아이 이야기로 행복하게 끝나네요... 기억에 남는건 죄다 씬;ㅁ; 스토리전개나 감정선보다는 씬 넘긴 기억밖에 안남네요... 다음 작품은 부디 스토리 빵빵한 작품으로 씬 줄여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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