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셜록홈즈의 수 많은 팬 중의 하나다. 처음에는 가볍게 접했던 셜록홈즈를 어느 순간부터는 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셜록홈즈의 팬이 되어 셜록의 미친 추리실력에 푹 빠져 있는 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셜록홈즈 전집들은 번역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며 소장하고 편집방식이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특별판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주석 달린 셜록홈즈는 책 내용에 따라 사람들의 추리와 사실을 비교한 내용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애정하는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드라마도 역시나 셜록의 매력인 추리실력으로 인해 홀딱 반해서 각종 관련 책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셜록홈즈를 읽다보면 원작인 아서 코난 도일 작가님이 쓰신 책 외에 다른 작가들이 셜록과 홈즈를 가지고 쓴 여러 책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일면 셜록홈즈의 패시티시 소설들인데 각자 작가님들이 자신들이 생각한 셜록홈즈와 존왓슨의 이미지에 여러 사건들을 생각해 쓰신 만큼 셜록홈즈를 좋아하는 팬분들이라면 이미 많이 봤을 듯한 소설들이 많다. 그 중 '셜록홈즈 미공개 사건집', '실크 하우스의 비밀','모리어티의 죽음' 등은 내가 최근에 읽은 셜록홈즈 패스티시 작품 중 가장 사랑하고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번에 황금가지의 LL시리즈의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작품 역시 셜록홈즈의 패스티시 작품 중 하나이기에 신청하게 됐다. 셜록과 존이 여성이고 허드슨 부인은 AI, 배경은 2012년인 이 책은 셜록홈즈의 팬으로써 호기심을 무럭무럭 자라게 해서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 놀란것은... 책이 상당히 작다는 거다. 가로 길이가 한뼘에, 페이지는 229페이지다. 가격에 비해 책의 페이지나 크기가 작아 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당황을 줄 것 같다. 일본 소설이 다른 책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서 책을 사기까지 고민이 좀 될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셜록홈즈는 드라마의 덜자란 철부지 아이 같은 성격의 미친천재 셜록도 아닌 원작 셜록홈즈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성격에 미스터리한 천재 분위기의 약간은 괴기하고 정적이면서도 차갑고 그런면에서도 어느샌가 다정함을 풍기는 셜록홈즈를 가장 좋아한다. 추리 역시 원작의 약간은 딱딱하고 남성스러운 존 왓슨의 추리설명을 좋아해서 패스티시 소설들 역시 그런 책들을 주로 읽고는 했다.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여성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여성으로서의 셜록과 존왓슨, 그리고 다수의 여성화된 조연캐릭터들로 인해서 남성적인 셜록홈즈와 아닌 그런 분위기에 익숙했던 독자에게 낯선 셜리 홈즈를 만나게 된다. 이미 익숙한 셜록 홈즈의 분위기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셜리와 조는 나에게 낯설면서도 내가 여성이기에 익숙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조 왓슨이 군을 제대한 이유부터가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원작의 어깨 부상으로 인한 PTSD로 제대한 게 아닌 발등에 총을 맞고 결혼을 희망했던 남자친구들에게 죄다 차였으며 결혼을 하기 위해 제대했다는 설정은.... 원작의 플레이보이 성격이 강한 존왓슨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트리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결혼을 위해 시골이 아닌 도회지에 남는다는 조 왓슨, 거기에 할리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여성적인 성격의 조 왓슨은 신선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던 만큼 여성독자에게는 괜찮을 수도 있으나 이미 원작 셜록홈즈에 익숙한 남성독자이게는 약간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본격적인 내용은 스포주의를 위해 머릿속에 담아 두기로만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추리를 위한 셜리와 조 왓슨이기 보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고 있고 셜록홈즈의 최대 숙적인 모리어티 역시 여성으로 나오고 별명조차 거미여왕이다. 이 쯤 되면 거의 모든 남성 캐릭터들을 여성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캐릭터들의 모든 성별을 바꿈에 따라 캐릭터들의 성격이 바뀌고 태도가 바뀌는 건 당연히 따라오는 수순이다. 그럼에 따라 추리에 따른 여러 장치들이 바뀌어 그런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내가 이미 남성적 중심의 셜록홈즈에 너무 익숙했던 건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읽는 내내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이 아닌 내 속에 있는 셜록홈즈와 존 왓슨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확고해서 셜리와 조 왓슨을 보며 '내 셜록이 이럴리 없어', 또는 '존이 왜!!!' 라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내가 너무 남성적인 이미지에 갖혀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자면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일본 작품 특유의 몰랑몰랑한 감성과 여성캐릭터들로 인해 바뀐 분위기, 성별반전으로 인해 바뀐 추리 장치들을 찾아보고 느끼는데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들이 남성적 셜록 홈즈 세계에 익숙한 팬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선물로 줘야 한다면... 나처럼 남성적인 셜록홈즈 세계관에 익숙한 독자가 아닌 셜록홈즈가 낯선 아직은 호기심 정도만 가지고 있는 여성독자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물론 남성 독자에게 재미가 없을 거라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들의 성별은 바꼈지만 추리에 대한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동들은 변한 바가 없다. 그러니 성별반전으로 인한 낯설음을 남성독자가 아닌 여성독자가 더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전체적인 추리 역시 캐릭터들이 가진 고유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성별반전으로 인한 설정들과 작가가 부여한 캐릭터들의 개성 외에는 셜록홈즈와 존 왓슨의 성격이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여성 주인공들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더욱이 주변 조연들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낯설음과 신선함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글 자체로만 보면 말랑말랑한 일본 감성을 더한 추리소설이기에 이미 일본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 중 한명으로써는 글을 읽는 내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셜록키언으로써의 추리 독자로서는 같은 셜록키언에게 권하고 싶은 글이냐 묻는다면 절반의 순응만 할 것 같다.

성별반전의 색다른 패스티시 + 일본 감성 특유의 느낌이 가민된 추리소설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셜록키언이라면 추천.



* 이 게시물은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만 무상으로 제공받아 100%주관적인 생각으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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