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5-8 권을 읽고...

스즈키 선생님 5 ㅣ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이연주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2월

스즈키 선생님 5-8권을 받은 이후 솔직한 심정으로 어떤 내용일지 걱정이 80% 기대가 20% 정도였다. 앞서 4권까지의 내용에서 선생님의 제자사랑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아이들의 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표현이 됐던터라 5-8권마저 그런 내용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쉽게 책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4권까지 아이들의 작은 고민이 아이들 본인에게는 얼마나 큰일이고 힘든일인지에 대해 알게 되는 내용들도 있어서 좋았지만 예쁘고 모범적인 제자에게 여신이라는 등 꿈에까지 등장하는 일들이 나오는 일들이 반복되고 어린 제자들 특히 초등학생까지 엮인 아이들의 성경험과 그로 인한 고민들이 워낙 적나라했던터라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 정도였다.

- 스즈키 선생님 5 -

우선 성적 문제가 아니라서 좋았고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과 공감가는 글귀들이 많아서 좋았다.

얌전하고 평범하지만 착하고 배려심에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아이의 고민이 주 내용이었는데 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세삼 나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볼수 있었어 좋았다. 불량한 아이들과 개인의 문제로 인해 취급주의를 받는 아이들 틈에서 평범하고 얌전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들은 말 그대로 선생님의 눈에 덜 띄고 관심을 덜 받는다. 그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할 거라 생각된다.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똑같이 나눠줄 수도 없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수 없으니 아이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안에서도 소외받고 덜 배려받는 아이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더 착하고 배려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느라 본인은 배려를 덜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른이 되더라도 똑같고 서로 상처 받지 않으려 오히려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처럼 학교나 사회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 세간에서도, 현장에서도 지금은 뒤떨어진 아이나 문제아가 얼마나 상처 받고 있는지, 그 점을 더 의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아직 모자라다, 아직 모자라다 하면서... 그건 그것대로 사실이지만, 하지만 지금의 학교 교육은 우리나 평소에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손이 안가는 아이들의 마모되는 마음이 떠받치고 있어요."

"날라리나 떨거지라고 불리는 애들이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우등생이나 착한 애들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가 있는 것과 똑같아요. 순해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문제아에 대한 질투나 억울함이 있고 그것들이 그들이 지닌 배려심에 독을 타는 거죠"

- 스즈키 선생님 5권 청소 당번 중 -

5권을 읽으면서 위의 저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사라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현실적인 이야기다. 사실이고 알고 있는 일들이다. 얌전할수록, 평범할수록, 문제가 없다고 생각될 수록 관심을 덜 받고 덜 배려받는다. 알고있지만 선생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한정되어 있고 학교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 생각된다. 언젠가는 아이들 모두가 배려받는 학교가 되었으면...

청소당번, 가정방문, 여름 축제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중에 새삼 느끼지만 스즈키선생님은 제자에게 여신이라는 등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등의 행동에 참 앞에서 받았던 모든 감동을 모조리 구겨버리는게 개그로 받아들이라는 건지 아니면 일본 특유의 그런 생각인건지 알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더욱이 여름축제에서 강간, 성행위 이런게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걸 보고 우리나라 아이들도 이런다 생각되니 새삼 뉴스에서 나오는 중,고등학생의 성폭행, 살인 등의 사건들이 떠올라 걱정이 될 정도다.

성적 문제들에 대해서 보고 싶지 않지만 차라리 미리 알고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눈 앞에 놓고 더 자세히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아이들에게 주의를 줄 수도 상담을 해 줄수도 없을거 아닌가. 책을 읽다보니 지금은 차라리 스즈키선생님을 통해 내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직면한다는 걸 알게 된게 다행이라 생각된다.

- 스즈키 선생님 6,7 -

6권에서는 스즈키선생님의 혼전임신에 대한 아이들의 격렬한 의견대립이 주 내용이다. 여름축제에서 선생님 애인의 입덧을 목격한 아이들의 학급회의에서 열리는 "스즈키 재판"

아이들은 혼전임신에 대한 각각의 의견들을 내 놓으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생각을 바꾸기고 하고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며 서서히 성장해나간다. 아이들 입장에서 내놓는 여러 의견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놀랍기도하고 난감하기도 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되는 주제들이 많았다. 내아이에게 혼전임신과 피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앞으로 해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정말 격렬하게 싸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고 납득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생각을 정립하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처음 스즈키선생님 1권에서 보던 아이들이 이만큼 자랐다는 생각에 뭔가 뿌듯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만을 말하고 다른 아이들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친구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설득을 할 정도로 자라났다. 그런 면에서 6권 전체가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듯해서 선생님의 임신이라는 주제에도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읽으면서도 좋았다. 선생님 역시 1권에서보다 훨씬 선생님다워졌고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면에서 감동적이었다.

"어른들도 지극히 평범하게, 그렇게 서로 싸우며 많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서로 기분을 해쳐 가며, 때로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거나, 피까지 흘리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어. 그런게 사람이지.' 하면서 자신을 바꾸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니 내가 몹쓸 사람이라고 자기 혐오에 빠질 필요조차 없어. 하지만 혹시, 말다툼이 싫다는 생각이 들거든... 예를 들면 방금 말한 것처럼 자신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평범이상이 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조금 훌륭한 사람이 말이다. " - 스즈키 선생님 6권 중에서 -

학기초에 선생님이 싸우는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학급회의 도중 떠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학교가 작은 사회이듯 사회에 나가기 전에 스즈키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 좀더 자라고 좀더 배웠다면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권은 학급회의의 마무리와 아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면에서 좋았지만 재판 이후의 2학기에 벌어지는 다루코선생님의 폭주는 좀 뜩밖이었고 난감하기도 했다.

- 스즈키선생님 8 -

7권에서의 다루코선생님이 3학년 학생들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시행됐던 3학년 학생들의 파업과 선생님의 폭주를 승인할수 없는 선생님들의 학생들에게 사태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장면을 보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끝나는 우리의 학교생활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은 거의 들어가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명령을 들어야만 하는 학교. 그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점에서 좋았고 선생님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납득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들을 보며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러한 일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아이들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법을 배우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장을 뽑는 이야기는 사실 학생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몇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별다른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관심없어. 하는 정도다.

그렇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사실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선생님들에게 전달하고 학교를 바꾸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일에 관심이 없었고 투표도 대충했다. 그런면에서 성인이 되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도 여전히 관심이 없다. 나 하나 안해도 상관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안하고 관심이 없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학생때부터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좀더 배우고 느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 디 진짜 선거에 투표자로서 참가하기 위한 연습... 즉 사회 학습의 일환입니다."

- 스즈키 선생님 8 중에서 -

아이들은 여전히 격렬하게 싸우고 고민하고 화해하며 자란다. 싸우지 않는 어른은 없다. 역시 싸우지 않는 아이들은 없고, 어른이 되기위해 싸우고 자라난다.

내 아이가 좀더 크고 생각이 자란다면 아이에게 스즈키 선생님을 추천해주고 싶다. 친구와 싸우는게 나쁜게 아니라 화해하지 않는것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치고 서로 생각을 나누고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