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닌 척하다
리안 할러데이 윌리 지음, 김세주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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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인터넷 책정보에서 책의 목차를 봤기 때문이다. 책 목차에는 이 책의 부록으로 다음과 같은 목록이 제시되었다.


부록 1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설명하다
부록 2 아스퍼거 증후군 대학생의 생존 기술
부록 3 직업 선택과 책임감
부록 4 집에서의 정리 정돈
부록 5 감각-지각 장애의 대처 방법
부록 6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지하는 일반인들에 대한 배려
부록 7 지지 그룹과 유용한 자원 


나는 대학 강의실에서 '대단히 아스퍼거 증후군스러운'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된다. 보는 것은 괜찮은데 강의 진행에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 아스퍼거 성향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조별활동을 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아스퍼거 성향 학생들이 수업에 적응을 못 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 아주  복장이 터진다. 아스퍼거 성향 학생이 교수에게 와서 '양해'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글자 그대로 諒解를 하려고 해도 뭘 아는 게 있어야 諒을 하거나 解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대학 본부에서는 이러한 성향의 학생에 대한 정보나 지원책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공부하는 게 교수 직업의 기능인데 이런 학생들 문제도 공부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저자와 내가 만난 학생들을 대조해보고 우울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단히 지능이 높은 아스피이다. 그리고 시지각도 매우 좋은 아스피이다. 그리고 멀티태스킹과 공감능력이 남성보다 좋다는 여성 아스피이다. 이 저자가 자기 자신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축복받은 아스피임을 알 수 있다.


19쪽. 나는 열성적인 관찰자였다. 나는 사람들의 행동의 미세한 차이에 매혹되었다. (중략) 때로 나는 정말로 누군가의 모습과 행동을 따라 했다.


20쪽. 나는 점점 더 남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억양, 목소리 변화, 얼굴 표정, 손동작, 걸음걸이, 그리고 작은 몸짓까지 따라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그것은 마치 나 자신이 내가 모방하는 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26쪽. 내가 속한 집단은 운동선수, 치어리더, 학생회 지도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 혹은 무엇을 할지, 어떤 경향을 나타내기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때 이미 이 특별한 그룹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우정은 유명했다. (중략, 44쪽) 나는 결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절대로 내 친구들은 나를 옆으로 떠밀거나 나를 잊어버리거나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중략) 내 나이 10대의 추억은 좋은 시간들과 좋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66쪽. 나의 높은 지능과 높은 학업 성적이 내가 가는 길에 어떠한 것이 닥치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나에게 스스로 이해시켰다.


책의 내용만  보면  이 사람의 인생은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을 들고 나가고, 늦을 것 같으면 1시간 일찍 출발하고, 배가 고플 것 같으면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식으로 대체로 잘 풀렸다. 어찌보면 아스피 아닌 사람들보다도 더 잘 풀렸다고도 하겠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 성적은 최고였고 부모의 사랑을 받았고 주변의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했다. 나중에 교육학과 언어학을 전공하여 대학 교수가 되었다. 게다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들도 낳았다. 딸 중 하나가 아스피라지만 이렇게 아스피에 대해서 잘 아는 자신만만한 엄마에게서 자란다면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은 대체로 행복하게 지나갈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책은 현재까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가 만난 아스퍼거 성향 학생들은 주로 남학생들이다. 대인관계 문제로 대학 입학 이전 시기에 폭력을 보거나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른바 '아싸. 자따'를 자처하며 대학생활 부적응을 보인다. 기숙사에 들어온 남학생 중에는 스스로 신변관리가 되지 않아서 용모가 단정하지 않아 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일주일동안 머리를 감지 않거나 등산복에 맨발로 삼선슬리퍼를 신고 강의실에 들어와도 어느 누구도 잔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학생들은  고립이 심해진다. 운동 신경이 둔하고 시야가 좁고 순발력과 임기응변능력이 떨어저셔 조별활동을 할 때 다른 학생들과의 협업이 어려워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의 책의 저자처럼 운동능력이나 협응력이 떨어지더라도 시지각이 좋으면  학습장애의 발생 위험이 낮은데 그렇지 않으니 학점관리도 안 된다. 수면 조절에 실패하고 시간관리까지 안 되면 자동으로 F학점이고 학사경고 예정자가 된다.


이 책 외에 아스퍼거라고 쓰인 책은 도서관에서 다 들춰보고 있는데 시지각, 협응력, 운동능력, 감정조절이 다 안 되는 아스퍼거 성향의 학생들을 이해하려면 특수교육 전문서적을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추가 :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척 하다'의 부록에 나온 '아스퍼거 대학생의 생존기술'은 미국 대학을 기준으로 서술된 것이었다.한국 대학의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이 책 부록에 나온대로 미국대학에서 이렇게만 해 준다면 아스피 학생에게는 미국이 아니라 천국이겠다만 저자도 지적하듯 미국에서도 다 이렇게 해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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