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을 때까지 여자로 산다 -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8가지 편견
수지 라인하르트 지음, 강혜경 옮김 / 수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독일 여성의 이야기이다. 저출산은 독일에서도 문제이고 한국도 문제이다. 하지만 독일 저출산의 사회적 배경*과 한국 저출산의 사회적 배경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mb 장로님의 말씀처럼 "이 책을 읽으며 바로 그렇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독일이라는 선진국의 대졸 이상 중산층 여성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문화소외계층이나 중졸 이하의 학력을 지녔거나 월소득이 100~200만원 사이에서 불규칙하게 오가는 사람에게는 적용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이 두 가지 배경을 모르고 그냥 이 책을 읽으면 일석 선생의 책 제목마냥 이 책이 '소경의 잠꼬대'요 '먹추의 말참견'이고, 이 책을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지도 모른다.
 
차례만 보면 30% 읽는 책이니 여기 차례를 소개한다.
 

감사의 말

I. 당신도 여기에 속하는가?
1-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에 대한 오해
2- 아이를 갖고 싶은 여자들
3- 여성들은 왜 아이를 포기할까

II.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 데모크리토스에서 보부아르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계보
2- 여자는 모두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거짓말
3- 아이를 낳을까 말까?
4- 자녀 문제에서는 주도성과 자주성이 일치한다

III. 아이를 갖지 않는 열한 가지 이유
1- 아이들이 노는 수영 풀에 앉아 하품하는 대신 풀장에서 우아하게 책을 읽고 싶다
2-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을 헤매기보다는 네팔로 등산을 가고 싶다
3- 이유식 만들기로 하루를 다 보낼 것인가
4- 매력적인 여성에서 동물 어미로의 변신
5- 대도시 화초에서 변두리 잡초로
6- 연립주택이 우주의 중심이 되는 그날
7- 우울함 대신 친밀한 대화
8- 아이 걱정 없이 바 (bar) 찾기
9- 문 앞에 세워진 콤비 대신 여유 있는 삶을 택한다
10- 비타민을 고려한 맛없는 식단은 No! 먹고 싶은 것 먹기
11- 하염없이 자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단 차라리 노인들이 함께 사는 하숙집을 택한다

IV. 모성애에 관한 일곱 가지 거짓말
1- 여자는 육아와 사회생활을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다
2- 아기가 생기면 가사를 분담한다
3- 부모님 세대와 다르게 살 거라는 환상
4- 아이는 부부 사이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착각
5- 아이가 조금만 자라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
6- 아이가 있으면 젊어진다
7-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엄마가 된다는 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Ⅴ. 아이 없는 여성들에 대한 여덟 가지 편견
1- 그저 그런 남편을 가졌다
2- 여자는 아이를 원하는데 남자가 꺼린다
3- 너무 오래 망설이다가 때를 놓쳤다
4- 결손가정 출신이 많다
5- 아이들을 싫어한다
6- 모두 레즈비언이거나 성공에 미쳤다
7- 노후가 두렵다
8-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다

VI. 아이가 없어도 완벽한 여자가 될 수 있는 이유
1- 육아 외에도 소중한 경험들이 얼마든지 있다
2- 아이 없는 여성들은 어떻게 흔적을 남기는가


나오는 말 | 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출산의 문제보다 농어촌 인구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인구감소는 출생인구 감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전입인구는 없고 유출인구만 있는 농어촌에도 문제이다. 이 책에서 조목조목 지적한 애 낳기 싫은 이유가 도시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와 참 많이 겹친다.  위의 목차에서도 볼 수 있지만 "대도시 화초에서 변두리 잡초로"같은 별도의 장이 있을 정도이다. 독일에서는 애를 낳으면 교외로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이에 관련된 몇 구절을 책에서 인용한다.
 
93쪽. 아이없는 여성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94쪽. 하지만 고속도로와 스모그에서 벗어나 진짜 자유로운 시골로 가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현대인은 다양한 지역 출신의 재미있는 사람들이 살고 어딜가나 문화생활이 가능한 곳에 있어야 편함을 느낀다.
121쪽. 요즘은 자식이 있다는 것이 특히 여성들에게는 현대성의 포기를 의미한다. 현대성이란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유동성과 독립성을 계명으로 삼는 능동적인 삶을 뜻한다.
 
육아가 힘들어서 애를 낳지 않겠다거나, 육아에 돈이 많이 들어서 애를 낳지 않겠다거나, 육아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애한테 정이 안 가서 애를 낳지 않겠다거나, 애를 낳으면 일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 애를 낳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애를 낳으면 시골로 가야 하니까 애를 낳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내가 인간관계가 협소하고 견문이 좁은 탓인지 아님 독일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여하튼 매우 신선한 사유였다.
 
최근 농촌인구과소화가 방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애 낳지 않겠다는 결연한 선언보다 왜 한국의 농촌 미혼 남성들이 결혼하기 어려우며, 왜 전라남도 나주나 경상북도 상주처럼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때도 인구가 몰리던 지역이 지금  서울 구로동 인구보다 적은 1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열심히 책 쓴 저자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미 애를 낳은 내 입장에서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남얘기'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런 거라도 생각하게 해 주니 저자에게 고맙긴 고맙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이 뭐냐면 "여성의 자주권을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281쪽. 아이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지 또는 자녀가 어머니의 발전을 촉진할지 저해할지는 모든 여성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 책에는 여성의 자주권이 강조되어 있지만 사실 애는 성모마리아가 아닌 이상 혼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애를 낳지 않으려면 부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부부 독자들을 위해서 이 책의 제목은 '우린 죽을 때까지 커플로 산다'로 바꾸고 애를 안 낳으면 남자도 편하다고 썼어야 좋았을 것이다. (물론 이 진술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전제로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웃은 부분은 책 앞 부분에서 왜 애를 안 낳느냐고 들들볶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묘사이다. 나는 독일이 한국보다 남의 참견을 덜 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cool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난 유럽에 대한 환상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 나온 내용을 보니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게다가 무례하기까지하다. 德國이 양반의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가?) 덜하지 않아서 신기했다.
 
 
* 독일 저출산의 문제에 대해서는 헤르비히 비르크의 인구학 교양서인 사라져가는 세대 를 읽어보면 된다. '지식'이라는 측면에서는 이 책보다 훨씬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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