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도 분석을 통해 본 세계 유명인의 가족비밀
Monica McGoldrick 지음, 남순현.황영훈 옮김 / 학지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계도에 대한 책이다.이 책에서 가계도는 사람을 낳고 기른 혈연의 상하좌우 관계를 독자에게  제시하는 지도이다.  이 책의 원제는 You can go home again. 원제를 직역한 것보다 번역서의 제목이 이 책 처음 보는 사람 책 표지 열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원제가 이 책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 나온 가족들은 아주 유명한 가족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사람들은 가족 관계도 유명하다. 하긴 요즘도 인터넷 뉴스 연예기자들은 자신의 친척들 개인 사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연예인 트위터 팔로우하고 미니홈피 일촌 맺어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실시간으로 보도하지 않던가!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트위터나 미니홈피는  없더라도 자서전과 전기, 각종 기록이 수십년에서 수백년간 누적된 사람들이다.

 

이 책은 서양 사람들의 책이다. 서양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는다. 음악가 루트비히 마리아 판 베토벤은 장남으로 살았지만 그에게는 자기가 태어나기 1년 전에 생후 6일만에 죽은 동일한 이름의 형이 있었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도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의 죽은 형이 있었는데 가족묘지에 갈 때마다 자기 이름이 적힌 묘비명을 봤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가계도와 함께 이름짓기의 관습과 특별히 가깝거나 특별히 관계가 꼬여버린 가족구성원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름 하나를 가지고 돌려쓰는  관습이  없는 한국인인 나는 서양인들의 '이름짓기 관습'이 사람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심리학이나 가계도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이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상담가인 앤 랜더스와 '디어 애비'는 쌍둥이라고 한다. 앤 랜더스의 본명은 애스터 폴린 프리드만이고 '디어 애비'의 본명은 폴린 애스터 프리드만이라고 한다. 미국 최초의 여성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 집안은 여성의 자아 실현의 표본같은 집안이다. 기자, 의사, 작가, 미술가  등의 전문직을 가진 다섯 자매 중 넷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입양하여 키웠고, 남자 형제들은 저명한 여권 운동가들과 결혼하여 아내의 사회활동을 헌신적으로 밀어 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가계도를 통해 블랙웰 형제자매들이 대대로 부모가 사이가 좋아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무능한 아버지나 아내에게 폭력적인 조부를 보고 자라더라도 오히려 형제간의 결속력과 '저렇게 살지 말아야 하겠다'는 형제들의 깨달음이 성공적인 결혼생활과 사회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내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구스타프  말러 부부의 결혼생활과 조지 버나드 쇼 부부에 대한 내용이다. 말러 부부에 대해서는 알면 알수록 참 불행하고 우울하다. 알마 말러는 가계도 상으로 매우 짜증나는 인생을 살고 구스타프 말러는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이지만  좋은 아버지나 현명한 남편은 아니었다. 알마는 너무 일찍 결혼했고, 너무 일찍 임신했고, 너무 일찍 아이를 잃었고, 너무 일찍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잃었고,.....참으로 안타까운 인생을 살았다. 구스타프 말러는? 너무 일찍 죽었다.죽으면 손해다. (에휴, 10번 교향곡이나 다 쓰고 가지 ......ㅜ.ㅜ)

 

반면에 조지 버나드쇼는 마흔 두살 때 당시 마흔 한살이었던 샬럿 페인 톤젠트와 '간신히' 결혼했다. 그녀의 매력은 그녀가 조지 버나드 쇼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여자라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재산도 있고 여행도 좋아하고 판단력도 있고 맏딸이었고 남편보다 먼저 죽었다. 조지 버나드 쇼는 돈도 없었고,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했고, 막내아들이었고, 엄마가  귀여워해주지도 않았고, 냉소적이었다. 그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녀가 여행을  떠난 사이에 그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자신의 엄마와 살고 있었음에도) 영양실조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의 애인들은 그에게 매달려서 그를 피곤하게 했지만 그녀는 조지 버나드 쇼 말고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20세 연하의 장교 토마스 로렌스와 좋은 관계를 맺어서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왔다. 그녀가 죽고 나서 버나드 쇼는 그녀와 로렌스가 주고받은 편지를 보고 "나는 샬럿과 40년을 함께 살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모르는 그녀의 많은 부분을 보게 되었다."(책  본문 334쪽)며 자신이 아내의 풍부한 지성과 감성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놓쳐버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