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1.

책 제목을 짓는 것은 저자나 역자 마음이니까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광기'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제목에 약간의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서양의 작가들의 지닌 광기에 대한 사전식 배열의 略傳 모음집이다. 각 장이 매우 짧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되는 구조로 편집되어 있기 때문에 공중전화박스에 쇠사슬로 연결해놓은 전화번호부처럼 화장실 휴지 옆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오며가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2.

한국식 인물 평가 관점은 전체론적이고 서양식 인물 평가 관점은 개체론적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식 인물 평가 관점에 의하면 사생활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건 사생활이라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사회 생활이라는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그 사람은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는 사람으로 판단되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한국식 인물 평가 관점에서는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수신이 안 되어서 치국평천하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판단되어 공직자라면 인사청문회에서 犬망신을 당하고 보통 사람이라도 동네에서 조리돌림을 당한다. (요즘은 인터넷 언론에서 조리돌림 대행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다룬 사람들을 비웃거나 망신을 주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이렇게 위대한 작품을 남긴 사람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다거나 이렇게 불행한 면도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나가려고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여기 나오는 사람에게 완전히 흥미를 잃거나 저주를 퍼붓거나 기겁을 하여 먹은 것이 체해서 열손가락을 바늘로 따는 문제는 독자의 문제이다. 만일 저자가 그 점이 염려스럽다면 책의 표지나 속지에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숭앙하고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구토, 오심, 두통, 소화불량 등의 증세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와 편집자와 출판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써야 할 것이다.

 

(물론 요즘 포탈사이트 대문간만 들여다봐도 하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많이 올라오니 이 책에 나온 내용 정도면 현대의 교양있는 독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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