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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평점 :
081225
두 달 전쯤엔가 매달 보던 잡지의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책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 전부터 글을 쓰던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 글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고는 생각했는데, 출판할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11월, 그의 책은 장안의 화제로 떠돌며 삽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혹시나 다 팔리면 어떡하나, 하루도 더 기다리기 싫은데, 잔뜩 설레어 하는 마음으로 책이 나오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던 게 허무할 만큼 그의 책은 이제 어느 서점을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사실이 짜증이 난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누구나 가지게 된 글이 되었다는 것이.
나는 대게 고전을 제외한 누구나 사는,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 편인데, 그의 책은 스테디셀러의 길에 오른다고 해도 인정할 만큼 친구들에게도 한 권 사라며 권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후회했다. 너무 좋은 글이나 너무 좋은 음악, 너무 좋아서 베스트라고 꼽을 만한 것은 나 혼자 ‘소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모든 글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양심에 좀 찔린다. 그 건 그 글이 객관적으로 좋았고, 나빴고 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나와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기존에 생각하던 가수 타블로의 이미지가 이입되서 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앞에 너무 좋았던 안단테가 제일 처음에 실렸던 탓에 뒤로 갈 수록 조금 실망했던 것도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괜찮은 글들이었다.
단편, 조각, 조각들로 모인 이 글은 타블로의 음악처럼 냉소적인 것과는 좀 다르게, 그가 좋아한다던 클래식이 잔잔히 흘러넘치는 듯한 글들이다. 차분하게 나직이 속삭이듯 써놓은 그의 글들은 열아홉, 스무 살 이선웅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소름끼치도록 공감이 되었다.
그중 7번이나 읽어 본 안단테라는 글은 제일 처음 나오는 글인데, TV에서도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 시절 교수님께 극찬을 받았다고도 소개됐었다. 첫 페이지만 영어 원본으로 잠깐 공개된 적도 있었는데, 그 때 그 짧은 몇 문장만으로 ‘역시’라고 생각하게 한 그 글을 나는 제일 좋아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의 공통분모 때문인지, 어딘가 닮은 외로움의 모습 때문인지 무관심한 듯 그러나 속안으로만 애타게 외치고 있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내게 전해져왔다. 가끔은 내가 경험한 것 이 아니라도,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느끼며 공감하며 그 외로움에 괴로워할 때가 있는데 그런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이제는 너무 늙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라든지, 음악가 아버지 밑에서 자란, 또는 화목함으로 위장되어 있는 가족의 거리감 따위들 말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딱 한 가지, 중간 중간 찍어놓은 뉴욕의 사진들, 그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수많은 뉴욕의 사진들을 삽입한 것인지, 단지 내용의 이해와 자신이 살아왔던 환경에 대한 첨부사항인지….
그렇다면 ‘타블로가 직접 찍곤 했었던 사진이 삽입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많은 사진들은 오히려 그의 글에 빠져들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도 되고, 이미지를 고정화시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접 번역했기에 그 느낌들이 잘 살아있겠지만 그가 말했듯이 번역 속에 사라진 행간의 의미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문판으로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