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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패러다임 - 프로이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맹정현 지음 / 위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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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프로이트를 읽는 방식의 차이는 프로이트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읽을 것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프로이트를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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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쓸모 - 그리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신동호 지음 / 책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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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들어가 서서히 

그 사람의 자리에 앉아 보는 일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도 그렇다. 

그것은 천천히, 그 사람의 호흡을 따라 들어가 

그 사람의 자리에 앉아 보는 일이다.

진솔한 속내가 오롯이 담긴 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놓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올해로 서른다섯이다. 

내 삶의 타임라인은 신동호 시인이 살았던 시기와 상당히 겹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크게 겹쳐지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같은 시대를 살더라도 공간이 달랐고, 살아가는 나이가 달랐기 때문일까.

세월을 따라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가 추억하고 있는 시간이 내 지식의 저편에 있는 것인 까닭일까.

아니, 그 이질감은 무엇보다 그의 글이 지닌 감촉에서 비롯된 것 같다.

고르고 골라 직조한 글의 감촉이 와 닿는 느낌에 대한 이질감.

문장 하나 하나를 귀기울여 읽지 않는 버릇에 대해 문제 제기라도 하듯 

느릿느릿 말 걸어오는 텍스트는

내가 만지기에 너무 값비싼 직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바람의 촉각을 통해 존재자로서의 자신을 느꼈던 듯하다. 작은 백부는 기기공업사를 했다. 주로 군인들의 오토바이를 수리했다. 백부의 등에 묻혀 털털거리는 오토바이의 진동을 엉덩이로 전달받았다. 백부와 나와 오토바이의 일체감 속에서 오히려 나를 느꼈다. 가가린은 지구 바깥에서 '나'를 보았을까. 아니다.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나'를 자각하게 한다. 사랑도 그렇다. 몸을 섞고 있을 때 내가 더 잘 보인다. (20쪽)

가끔은 마음의 불을 끄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등화관제가 필요할지 모른다. 자신에게서 뿜어져나가는 모든 것(말과 눈빛과 손짓 모두)을 차단하고 고요에 빠져볼 일이다. 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들려올지 모른다. 별빛 한 점, 새어들지 모른다. (49쪽)


책의 제목이 <세월의 쓸모>다. 

'세월'이라는 말로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생을 살아가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생사화복과 고락을 담을 수도 있고, 어느 한 시대의 조각을 지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세월의 쓸모>에는 전자로서의 세월과 후자로서의 세월이 거의 늘 동시적으로 등장한다.


오래된 사진들이 세월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거든다. 지금은 사라진 음료인 <삼강사와>의 광고. 아마도 신문지면에 실렸던 이미지인 것 같다. 그 왼쪽에 소박하게 정겨운 <목욕합니다> 입간판. 

그리고 거기,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 그가 아버지가 된 이야기.


몸이 으스스하도록 겨울바람이 불면 김이 뽀얗게 서린 동네 목욕탕이 생각난다. 살이 벌게지도록 때를 밀어주시던 아버지가 거기 있었다. 수건을 접어서 이태리타월에 집어넣는 방법을, 나는 지금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명절 앞이면 아들을 데리고 되도록이면 작은 목욕탕을 찾는다. 온탕에 몸을 담그면 아랫도리부터 뜨끈뜨끈하게 아버지 생각이 올라온다. 그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바나나우유를 권한다. (아버지는 삼강사와를 사주셨다. 왜 삼각사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걸 마시는 재미로 온탕의 고통을 참았을 것이다.)


옷을 벗는 일은 간혹 세월을 확인하는 일이다. 벗은 몸뚱아리를 보는 일은 매번 세월을 확인하는 일이다. 구석구석 때를 밀다가 사타구니에 자란 흰털을 발견하는 일은 세월의 거리를 가늠하는 일이다. 발뒤꿈치나 팔꿈치를 사랑하게 되려면 때를 밀어보아야 한다. 아들의 등을 밀어주다가 문득 "어깨가 믿음직하다"고 느껴보려거든 사우나 말고 동네 목욕탕의 키 낮은 의자에 앉아보아야 한다. (52쪽)


그의 세월의 쓸모가 전해온다.

더불어 

내가 살아온 세월의 쓸모도, 내가 살아갈 세월의 쓸모도 느껴본다.


여백이 꽤 많은 책이다. 문장도 쉽게 잘 썼다. 

그래서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천천히 읽을 것을 권한다.

혹은 다시 읽을 것을 권한다. 

아니, 이런 권장이 아니고서라도 어쩌면 

절로 읽는 속도가 느려질지도 모르는 책이다.

행간의 여백마다 생각할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흡을 아주 서서히 늦춰 시인과 나란히 걷는 듯이 읽게 되면

문득문득 궁금했던 어떤 세월들에 대해 발견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잊어버렸던 세월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기도 할 것이다.


만일 십년쯤 뒤에 다시 이 책을 집어들어 읽게 된다면 

어쩌면 나는 왈칵 눈물을 쏟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물질적으로는 가벼우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충분히 진솔하지만 질척거리지 않고, 충분히 먹먹하지만 흐릿하지는 않다.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세월의 쓸모>가.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돌아서 가다가 다시 뒤돌아보라. 가슴이 먹먹한 건 거기 마음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마음이 답장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시간이 어른이 되어 가는 시간이다. 물론 그리움의 흔적은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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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대상관계
트레버 루베 지음, 양혜영 옮김 / NUN(눈출판그룹)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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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간이 좁다. 오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번역어를 교정 교열하는 방식도 지나치게 외국어스럽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이다. 심지어 저자에 관한 소개는 영문이 그대로 실려있다. 책을 다 읽고 편집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이 남는 책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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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앙지외에 대하여>
......그의 어머니는 그 후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인 위게트 뒤플로가 자신을 박해한다는 망상에 시달린 끝에 그녀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피해망상증 진단을 받고는 파리 생트-안느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여기서 그녀는 그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을 만난다. 자크 라캉과 디디에 앙지외, 정신분석학의 두 거목 사이의 기묘한 인연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라캉은 그녀를 치료하기보다 그녀의 사례를 자기 논문에 이용하기 위해서 그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데 골몰했고, 그 결과 앙지외의 어머니에게 갈등과 적대감만을 남긴 채 1년간의 치료를 마치게 된다. 라캉이 '에메(Aime'e)사례로 이름붙인 이 사례는 그의 유명한 박사학위 논문인 '인격과의 관계 속에서 편집증적 정신증에 관하여'(1932)의 기초가 된다. ......
......앙지외는, 1949년에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 파리정신분석협회에 소속되어 라캉의 분석 수련생이 된다. 라캉과 자신의 어머니와의 관계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되기 전부터 앙지외는 라캉과의 분석에 깊은 불만을 품었고, 라캉은 앙지외에게 자기와의 분석에서 일어난 일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며, 불편했던 4년간의 분석을 마치게 된다. 앙지외는 라캉과의 분석이 끝나고 나서야 자기 어머니가 라캉의 환자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
어쨌든 앙지외는 구조주의, 언어학, 철학 등의 영역을 정신분석에 도입한 라캉주의 흐름과는 달리, 분석 받는 사람들 각각의 독특한 필요에 따라 해석의 기법과 분석 기법들을 변형하는, 실용적인 영미권의 정신분석이론들을 프랑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또한 그는 정신분석이 대학 교육의 학문적 영역에서 토론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정신분석을 대학에 도입한 선구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와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교수를 거쳐, 파리 10대학교 인문대학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이 되어, 이 대학에 심리학과와 교육학과를 개설했다. ......
앙지외는 심각한 내적 상처들로 고통 받는 그의 내담자들을 감싸주고, 공감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탁월한 정신분석가였고, 임상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중대한 이론적 공헌을 남긴 사상가였다. ...... 그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대신한 아버지와의 친밀하고도 따뜻한 관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그의 개인적인 아픔을 승화시켜, 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는 적극적인 정신 분석가가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앙지외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피부자아 형성의 중요성을 본인 스스로 실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피부자아와 심리적 싸개>
이 책은 정신분석학과 임상심리학 분야의 필독서로서 널리 읽히고 있는 앙지외의 대표작 <Le Moi-peau(피부자아)>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 디디에 앙지외는 '자아는 피부다'라는 당시로서는 전복적인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일찍이 프로이트가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자아'를 끌어내려 신체와의 연관성 속에서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듯이, 앙지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피부'라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자아'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누군가가 나의 피부를 만지는 것을 느끼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자아'는 탄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피부'는 피부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하나의 은유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다. 피부가 신체를 감싸듯이, 자아가 심리 전체를 감싼다는 의미에서 앙지외는 자아를 피부에 비유하고, 그러한 특성을 강조하여 '피부자아'라는 용어와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앙지외는 피부자아를 '심리적 싸개(enveloppes psychiques)'의 개념으로 확장한다. 여기서 '싸개(enveloppes)'라는 용어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감싸고, 포장하고, 둘러싼다는 의미에서 포장, 봉지, 봉투, 덮개 등으로도 번역될 수 있지만, 이 책의 역자인 우리는, 심리를 감싸준다는 의미에서 '싸개'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다양한 감각들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심리적 싸개들이 서로 끼워 맞추어지고 포개어져서 일종의 심리 장치의 표면으로서의 자아를 구성하고, 이 표면은 나 자신과 세상의 '경계'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경계'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정신분석학에서 '경계'는 의미 심장하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경험한 앙지외는 오늘날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은 프로이트가 주로 다루었던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 신경증을 겪는 환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경계선 장애와 성격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간파해낸다. 경계선 장애의 환자들에 직면한 앙지외는 기존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이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이론에 기반을 둔 분석 기법의 필요성을 수용했다. 이러한 임상 겸험들이 앙지외의 피부자아 이론의 토대가 된 것이다. 경계선 장애는 말 그대로 '경계'의 결여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앙지외는 경계선 장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경계선 장애 환자는 심리적 자아와 신체적 자아,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 자기에게 소속된 것과 타인에게 소속된 것 사이의 경계들을 확신하지 못하고, 이러한 경계들이 심한 우울증과 함께 급작스럽게 변동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또한 성감대를 다른 신체부위와 구분하지 못하거나, 기분 좋은 경험들과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혼동하고, 자신이 느끼는 욕동들을 잘 식별하지 못한다. ...... 더불어 약화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리적 싸개로 인해서 자기애적인 상처를 받기 쉽고, 불쾌감이 퍼져나가는 느낌,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느낌, 자신의 신체와 사고가 작용하는 것을 외부에서 보는 듯한 느낌, 자신의 존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아닌 어떤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후략)

 

<번역을 마치고서>
우리는 쌍둥이인 다현이와 다훈이를 키우면서 이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의 번역을 통해 아기가 태어나서 생애 초기에, 자신을 돌보는 사람과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알게 되었다. 그러나 유학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실제 삶에서 우리의 아기들에게 좋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때로는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 우리는 그때마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무엇보다 가정과 우리 아기들의 소중함을 마음에 되새기려고 노력했다. 앙지외가 우리에게 좋은 부모가 되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를 감싸주는 싸개는 외부를 향하는 면과 내부를 향하는 면, 이렇게 이중의 싸개로 되어 있다. 이것은 신생아를 감싸주는 두 개의 싸개, 즉 겉싸개와 속싸개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속싸개는 아기와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고, 겉싸개는 외부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싸개는 서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약간의 틈이 존재한다. 우리의 가정도 이러한 겉싸개와 속싸개로 구성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알고 있는 아버지의 구조이다. 우리는 흔히 아기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은 어머니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가 얼마나 적절하게 사랑으로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느냐는 아기의 생존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전적으로 어머니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보살핌에 의해 살아가지만, 어머니 역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그 역할을 맡는다. 앙지외가 지적한 것처럼, 여기에서 '어머니'는 아기를 낳은 혈연적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 아기를 돌보아주는 보모, 양부모, 혹은 아버지,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의 가족의 일원이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아기가 건강하려면, 우선 이 어머니가 건강해야 할 것이고, 어머니가 건강하려면 이 어머니를 지지해주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지지해주는 가족 또한 건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건강하려면, 이 사회에서 아버지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그 활용가치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정신분석학에 대한 학술적인 기여일 뿐만 아니라, 이런 가족의 가치와 인간 사회의 건전성에 대한 추구를 떠올리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역자들에게 무척 뜻 깊은 경험이었다.
(후략)

심리를 감싸주는 싸개는 외부를 향하는 면과 내부를 향하는 면, 이렇게 이중의 싸개로 되어 있다. 이것은 신생아를 감싸주는 두 개의 싸개, 즉 겉싸개와 속싸개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속싸개는 아기와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고, 겉싸개는 외부로부터 아기를 보호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싸개는 서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약간의 틈이 존재한다. 우리의 가정도 이러한 겉싸개와 속싸개로 구성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알고 있는 아버지의 구조이다.

앙지외가 지적한 것처럼, 여기에서 `어머니`는 아기를 낳은 혈연적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 아기를 돌보아주는 보모, 양부모, 혹은 아버지,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의 가족의 일원이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아기가 건강하려면, 우선 이 어머니가 건강해야 할 것이고, 어머니가 건강하려면 이 어머니를 지지해주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지지해주는 가족 또한 건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건강하려면, 이 사회에서 아버지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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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치료의 임상구조 1 : 신경증 정신분석 세미나 20
임진수 지음 / 파워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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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 언어학의 관점과 정신분석학의 접점을 염두에 두고 임상구조로서의 신경증에 관하여 정리한 책. 신경증에 관한 내용은 후반부에 나오고 전반부에서는 프로이트의 구조, 프로이트와 라깡 이론이 각각 지닌 통시성과 공시성, 세 가지 임상 구조에 관한 개괄이 소개되어 있다. 유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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