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한 수확 - 뉴 루비코믹스 1318
아오이 레빈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 아오이 레빈 센세 작품은 유명한 라센 작품이 아닌 동인지의 한 페이지, 혹은 일러스트 한 장을 봐도 아, 아오이 레빈 센세 작품이구나, 싶을 만큼 독특한 그림체를 가지고 계신다. 스토리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데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구성력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슬며시 해본다. 토마토한 수확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인데, 처음에는 별로였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귀여워서 종종 꺼내보는 책. 개인적으로 <토마토한 수확> 이야기가 제일 좋다. 으힛.

 

 

 

 

 

01 산신축제 :: 산신인 시로와 아카의 이야기. 매년 돌아오는 산신축제, 백산 산신은 도망치고, 홍산 산신은 그를 붙잡으러 가는 이 축제는 승자에게 언약결정권이 주어지지만 지난 백 년 동안 시로의 승리로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었다. 시로는 관심없는 척 술만 홀짝홀짝 마시지만 "새 연인이라도 생겨서 시로님한테 관심이 없어졌다든가." 라는 말에 화들짝 놀랄만큼 속으로는 아카에 대한 연심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도망친 건 그 마음의 연심이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는 시로의 오해때문이었다. 결국 아카의 직설적인 널 좋아한다는 고백에 둘의 정사가 성사된다는 설정이 흔하지만 또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어 좋았다. 

 

덧붙여 아카와 시로를 따라다니는 자그마한 아이들도 이 언약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성체로 변신할 수 있는데, 짧지만 "어디가 좋아?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네 취향에 맞춰 줄게." 하는 모습이 되게 귀여웠다. 혹시 속편을 쓰고 계신다면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02 그런 네가 너무 싫어 + 이런 나도 정말 싫어 :: 유유부단한 슈와 강압적인 타카시의 이야기. 상경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슈는 타카의 맞선 소식에 급히 고향으로 돌아온다. 귀신처럼 슈의 귀환 소식에 그를 찾아온 타카시는 그런 슈의 숨어버린 감정을 강압적으로 끌어당기고 슈는 그런 그가 정말 싫다고 말하지만 그의 유혹에 덜컥덜컥 넘어가고 만다. 중간에 타카가 좋아한다 했던 고백에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라는 말을 하는데 이야기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타카시는 전부터 입에 발린 소리를 잘한데다, 마치 장난처럼 슈에게 고백함으로써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입에 발린 소리인지 믿집 못했던 점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슈와 다시 이어진 타카시는 슈에게 사직서를 대신 제출해주겠다는 소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갈등이 생기는데 그런 그를 향해 화를 내다가도 결국 넘어가는 유유부단한 내가 싫다는 슈에게 "난 좋아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너도 실은 내가 좋아서 못 견디겠는 너도 그리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점도." 라고 고백하는 타카는 서른이나 먹었지만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당당한 고백을 해서 조금은 어이가 없고, 조금은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03 토마토한 수확 :: 실현한 남자의 토마토를 키우는 나나메 미키와 잘 안 팔리는 배우 생활을 전전하고 있는 타테 지로의 이야기. 둘 다 첫 인상은 텃밭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있다. 였지만 이내 서로의 약속을 한 번씩 사이좋게 나눠서 출석체크를 해주면서 한 발짝씩 친해진 이웃이었다. 지로 자신도 모르게 미키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지만, 미키는 그 속도 모르고 묘한 분위기에 미키의 고야(오이)와 토마토를 키워주겠다는 엉뚱한 말을 뱉어버리고, 그 후 지로씨는 미키를 피해다닌다. 그 와중에 미키는 만년 엑스트라 신세에서 드라마 조연을 맡게되고 미키는 그런 기쁜 소식을 지로씨에게 전하면서 다시 친해지려고 하지만 그의 커밍아웃 선언과 함께 다시 한 번 거부당하고 만다.

 

 그러던 중 드라마 조연을 맡았던 게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는 배우로 떠오르고 지로가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을 때 쯔음 태풍이 쏟아지는 밤 토마토 비막이 속에서 결국 눈이 맞아 섹스까지 하고 만다. 늘 상대방을 배려만 했던 미키에게 "난 아무라도 좋은 게 아니예요. 미키 씨니까 섹스하고 싶은 거예요. 미키 씨가 기분 좋은 걸 하고 싶어요!!" 라고 쏟아내버리고 마음이 이어지기 무섭게 유명인인 미키에게 남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고 만다. 이 사태에 대해 미키도, 그리고 지로도 각자가 속한 사회에 진실을 말하고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 용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죄책감을 느낄 미키, 그리고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담아 바로 이 기사가 "난 그렇게 착한 남자가 아니예요. 솔직히 기회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추억이 남은 이 집에서 당신을 끌어내고 싶은 마음을 계속 참아왔어요." 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자신과 함께 시골로 돌아가자고 꼬득인다.

 

 지나칠만큼 솔직하고 또 그래서 지나칠만큼 매력적인 케릭터다. 다테 지로는. 드러나지 못한 자신의 재능에 절망하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의 마음까지 이끌어낼만큼. 헤어진 애인이 남긴 텃밭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지로는 그 대신 미키씨가 키우는 그 토마토를 사랑으로 끌어안는다. 미련 만만인 그의 행동에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자신이 미키씨를 생각하며 키운 토마토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연인의 지나간 사랑에 익숙해지라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하면서 현재를 놓치는 사람보단 지로의 사랑법이 좀 더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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