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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것, 우리 머릿속의 생각이다. 생각은 CPU와 달라 때로는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뒤엉키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일을 하는' 이들에게 생각을 마음대로 길들일 수 있다면 일상이 얼마나 괜찮을 수 있을지를 상상해본다. 생산성과 여유로움의 조화. 일은 척척 생산성있게 해내고, 여유로울 때는 한없이 행복하고.
하지만 단연코 머리 속의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때는, 거의 드물다. 왜 우리는 그저 늘 바쁘고 정신없고, 여유 없이 일은 일대로, 휴식은 휴식대로 못하고 있을까? 이럴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견이 있다. 바로 '닉센'이라는 개념이다. '닉센 (niksen)'이란 아무것도 아닌 뜻의 네덜란드어 닉스(niks)에서 유래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네덜란드만의 휴식법이라고 한다.
최근 안락함을 추구하는 덴마크의 '휘게 (Hygge)', 충분하고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는 스웨덴의 '라곰 (Lagom)', 일본의 '소확행' 등 아둥바둥 거리지 않고 편안한고 안락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국가별로 돌아가며 대표 유행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인 네덜란드도 '닉센'이라는 말이 꽤나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멍때리기'라는 말이 있다.
닉센의 전제 조건은 죄책감도 조바심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용기에서 기반한다고 한다. 대개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때 수치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무언가 성실하고 바쁜 것이 미덕이라고 알고 있는 정서상 무언가를 안한다는 것은 '게으름'의 표상이 된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용기를 낸다는 것은 나의 머릿속 생각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생각을 끄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내내 게으르라는 얘기가 아니라, 일과 휴식을 하는데 있어 생산성을 만드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12시간을 내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을 줄여 짧은 시간 동안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의식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만들어 일을 더 잘하도록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생각을 끄는 훈련에 익숙해지면 일의 생산성을 물론 일상에서의 행복감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휴식을 취하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생각을 끄고 있는다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닉센에 관대해야 한다. 실제 네덜란드인들은 다른 사람의 닉센을 인정하고, 나의 닉센 또한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닉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것. 이는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와 남이 서로 닉센의 단계에 있을 때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생각끄기가 일상에 체득화되려면, 일상을 더욱 주도적으로 조정하고 나의 휴식에 필요한 시간을 내고자 하는 용기와 단호함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행복감에 취해서 시간을 지속하도록 평탄하게 '살아지지' 않지만, 미련과 불안의 파도는 용기와 단호함으로 넘어야 한다. 달콤한 인생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