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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평점 :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글항아리
제대로 된 평전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최고의 지성으로만 알았던 '수전 손택'은 수강하던 수업 과제로 접하게 되었고, 그때 읽게 된 <은유로서의 질병>을 통해 작가의 문학적 깊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으리란 기대로 시작한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은 '수전 손택'이란 인물은 물론 '평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 되었다.
작품은 칭찬일색이며 자기 주관없는 우상놀이가 아닌 저자가 바라보는 손택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함께여서 더 좋았다. 그런 저자의 시선과 비판으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나의 시선에 객관성을 띠며 오히려 더 그녀의 평론과 손택이라는 인간에 대해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993년1월16일 수전 리 로젠블랫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손택의 어린 시절은 기다림, 동경, 빈곤, 결손, 부족함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시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는 항상 그녀의 기억 속에 부재해 있었고, 자신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던 독특했던 어머니와는 특별한 정을 나누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손택의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 투성이였던 유년기부터 그녀는 '자기 창조 행위' (p.42)를 시작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 선 시선으로 명쾌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녀는 비평을 넘어 자신만의 아우라로 대중을 압도했다. 그녀의 논란에 불을 지필 줄 아는 행동은 어찌보면 철저히 계산된 자기창조의 재능이 적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 다니엘 슈라이더는 그녀의 이런 모습에 대해 나르시즘, 자화자찬이란 단어로 꼬집고 있다. 나의 시선으로도 에세이로 실력을 뽐내면서도 '소설'을 최고의 글쓰기로 이야기하고, 이전에 자신의 인터뷰에서 보였던 급진적 정치 입장 표명에 대해서 견해였을 뿐이라며 인정하지 않는 태도(p.225)와 베트남전에 대해 보였던 행동에 대해 내 잘못을 우리의 잘못으로(p.305) 태세전환하는 모습은 논란이 될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녀 지인에게 말한 '손택이란 정체성에 신물이 난다' (p.343) 라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보여지는 것에 대한 평가와 영향력에 예민하게 신경써야 하는 피곤함이 느껴지며 인간적으로는 측은함이 느껴졌다.
"손택은 아방가르드 비평가이자,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운동가, 정치적 급진주의자, 스웨덴에서 진지하게 활동했던 영화감독, 세월을 거스르는 젊음을 간직한 지식인, 낭만적 예술가들에게 이끌렸던 소설가였다. (p.26)" 라고 저자는 작품 초반에 서술한다. 저자의 서술만으로도 손택이 자기 인생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멋진 인간임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일생을 따라가보며 나는 나의 인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통해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