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대한 감각 트리플 12
민병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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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대한 감각

민병훈 소설 ㅣ 자음과모음 트리플시리즈

 

고약한 작품이다의도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꼭꼭 숨기는 문장들이다그래서 새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하지만 답답하고 어려우며 난해해서 내가 무언가를 '읽고 있다라는 느낌보다는 눈으로 글자를 보고만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감각'은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이다우리가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감각이다감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사유에 다다르기 전의 상태가 표현된 문장들의 나열이다따라서 문장들이 나에게 다가와 표현된 감각을 통해 상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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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대한 감각

 

'백조'라고 이름 붙인 소나무를 겨울에 심었나 보다왜 백조라고 이름 붙였으며왜 소나무일지왜 겨울에 심었는지 궁금하다소나무의 이름이 백조가 아닐 수도 있다. '백조'와 '소나무'는 아마도 겨울에 태어나 여름에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와 관련 있는 단어들인 것 같다그 겨울 그가 소나무를 심기 까지의 시간 동안 그를 관통하는 감각들이 나열되어 있다곁에 두고 싶지만색다른 형태로 사람들의 의식을 피해 존재를 느끼고 싶은 그의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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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에 대한 감각

 

고모가 제공해준 숲속 오두막에서 기거하게 된 ''는 어느 날 한밤 중 부터 들려온 소리가 거슬린다소리에 깨어진 잠은 다시 그에게 돌아오지 않고 그는 예민해진다온종일 소음과 먼지에 시달렸지만 숲속으로 들어가 보면 소음을 불러 온 이들은 보이지 않고 작업의 잔해와 공구만 보인다.

 

숲속에서 벌목을 하던 이들 중 누군가는 도끼로 베어 넘긴 나무가 쓰러지며 동료를 죽이게 된다그 누군가는 지금은 오두막에 기거하는 ''이다그는 억울함과 증오와 복수심과 불안이라는 벌목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그가 나열한 감각을 통해 ''의 상태가 몽환적이고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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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감각

 

'불안'은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한 상태를 말한다불안한 마음은 하던 것을 멈추게 하고때론 집착하게 하며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게도 한다나는 무엇에 불안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며, 2인칭 시점인 부분에서 쉼표와 마침표가 생략되어 대상을 향한 주절거림인데도 혼잣말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화자들은 꿈 속에서 느낀 불안을요트 항해에 대한 불안을타인과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불안을내가 모르는 상대가 경험했던 시간에 대한 불안을번쩍이며 모든 것을 쪼개버리는 번개에 대한 불안을시간의 혼돈에 잠식되어 시간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이곳저곳에 난무하는 불안들이 스스로 웅얼거린다.

 

챕터는 ''가 낮은 암흑 속에서 밤바다를 내려다 보며모든 게 처음으로 가라앉길 기다린다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난다불안의 끝이 침잠일까평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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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글쓰기 방식이다작가는 이해되는 소통보다는 느낌이 공유하길 바라는 듯 하다그의 문장들이 온전히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차갑고 스산하며 외로운 감각은 다가왔다무엇이든 처음은 어색하고 이해하기 힘들다하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질 수 있다익숙해져서 작가의 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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