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예감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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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예감』은 온다 리쿠가 12년에 걸친 구상과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대작 『꿀벌과 천둥』 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비화를 담은 소설집이다. 열정과 냉정이 공존하는 콩쿠르를 무대로 고군분투하는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하고 접한 작품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꿀벌과 천둥』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축제와 예감』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매력적인 인물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은 [축제와 성묘]이며 마지막 단편의 제목은 [전설과 예감]이다. 첫 번째 단편의 제목과 마지막 단편의 제목에서 시작하는 단어와 끝나는 단어를 하나씩 선택해 작품의 제목으로 만든 것도 독특하다. 제목을 선택하는 방법과 표지, 표지의 서체도 모두 감각적이고 멋지다. 책 자체가 많은 공을 들인 예술품 같은 느낌이다.

 

"아, 정말, 그 사람, 별로 요령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계속 괴로워 보였어요. 홉을 만들어도 곡을 만들어도 항상 고민만 하고. 그걸 보는 쪽이 더 힘들었어요."

-------p.81_[가사와 그네]

 

천재적이고 재능 넘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요령이 없던 학생 '오사나이 겐지'를 생각하는 옛 스승 히시누마의 이야기인 [가사와 그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악보를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교를 가지고 작곡가의 곡을 번역하는 것이다. 그러니 작곡가가 생각하는 원래 이미지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알아내고 재연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겐지는 이것에 고민하고 힘겨워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자신이 악보에 완벽하게 옮기지 못할 만큼 서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느 날 그는 부모를 도와 홉 농사를 하겠다며 고향으로 내려가고 농사와 곡 작업을 병행하다 요절한다.

 

제자의 장례식에서 만난 겐지의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기보단 편안함에 이르렀을 것이라 말한다. 사는 동안 많은 부분에서 겐지는 자신의 노력과는 달리 곡을 만들어도, 홉을 만들어도 쉽게 만족하거나 도달하지 못함에 괴로워했던 것이다. 그 괴로움이 얼마나 힘겨웠으면 그 모든 것을 더 이상 힘겨워하지 않아도 되는 죽음의 상태에 이른 그를 가족들은 다행이라 여긴다. 또한 그가 죽기 전날 자신의 곡이 '들린다'라며 기뻐했다는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것에 대해 깨달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라 충분하고 충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겐지가 만족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해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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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수상한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꿀벌과 천둥』도 빨리 읽어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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